“배워서 남줄랩, 청소년 주체성 담고 싶었다” 기사의 사진
딱딱한 민주시민교육을 1020 래퍼들의 공연과 함께 풀어낸 EBS 시사예능 ‘배워서 남줄랩’의 김훈석(왼쪽)·김민지 PD. 김훈석 PD는 “래퍼 친구들이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길 바라면서 녹화를 한다. 청소년들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들을 경험하고, 어른들은 어린 세대와의 벽을 허무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BS 제공
‘청소년 교육방송’ 하면 모범답안을 전하는 강연자와 답을 받아 적는 수더분한 학생의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 방송만큼은 예외다. 젊은 감각의 명사와 솔직함으로 무장한 1020세대 래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꼰대’ 같지 않은 교육 방송, 시사예능 ‘배워서 남줄랩’(EBS)이다.

‘배워서 남줄랩’에는 그리 의웅 캐스퍼 슬릭 브린 수린 세령 등 10~20대 래퍼들이 출연해 사회문제를 다루는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한 뒤, 느낀 바를 랩 공연으로 풀어낸다.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얼마 전 시즌2를 시작했다.

최근 경기 고양시 EBS에서 만난 ‘배워서 남줄랩’ 김훈석·김민지 PD는 “청소년들의 주체성을 담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등래퍼’(Mnet)에서 멋지게 할 말을 하는 어린 래퍼들을 보면서 그간 청소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표현할 창구가 없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직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죠.”(김민지 PD)

래퍼들은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때문에 세트장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한다. 가령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사실 관심이 별로 없다” “(남과 북이) 다른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래서 강연자 섭외와 주제 선정에 더 신경을 쏟는다는 게 김훈석 PD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어린 세대와 잘 소통할 수 있는 강연자를 섭외하려고 해요. 강연 주제도 청소년들에게 어울리도록 다듬는 노력을 많이 하죠.”

‘배워서 남줄랩’은 청소년들의 자해, 데이트 폭력 등 민감하면서도 청소년들이 꼭 생각해봐야 할 주제들을 다뤄왔다. 김민지 PD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많은 피드백을 주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아이들하고 같이 보기 좋고 유익한 방송이라는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성교육 편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가르쳐 줬거든요. 젊은 친구들은 랩 부분만 따로 떼서 보는 경우가 많던데, ‘그게 어디냐’ 생각해요(웃음).”

최근 한국방송대상 연예오락 부문 작품상을 받는 등 상복도 따랐다. 김훈석 PD는 “학생들이 방송을 통해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가치와 지식을 잠깐이라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민지 PD도 보탰다.

“연출하면서도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래퍼 친구들의 말에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죠.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다가가면 청소년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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