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순위… ‘졌잘싸 배구’에 팬심은 열광 기사의 사진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가운데)와 센터 진성태가 지난 3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V리그 정규리그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펠리페의 공격을 블로킹하고 있다. 뉴시스
남자프로배구의 대한항공은 올 시즌 10승 3패(승점 3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2위(승점 29) 현대캐피탈은 11승 3패.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보다 한 경기에서 더 이기고도 뒤처져 있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프로배구가 단순히 경기 승패만이 아니라 끈질기게 마지막 세트까지 맞붙었는지 따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적어도 배구판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공허하지 않다.

국내 프로배구인 V리그에서 승률은 순위에 직결되지 않는다. 한국배구연맹(KOVO) 대회요강 22조는 승패뿐 아니라 세트스코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승점이 다른 차등승점제를 규정하고 있다. 5세트 3선승제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3대 0 혹은 3대 1로 이길 경우 승자는 승점 3점을 획득한다. 그러나 3대 2 풀세트를 치를 경우 이긴 팀은 2점을 받고 진 팀도 1점을 받게 된다.

차등승점제는 2011-12 시즌부터 V리그에 도입됐다. KOVO는 당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유도하고자 한다”고 시행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차등승점제 아래서는 경기 후반부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뛰는 ‘뒷심 배구’를 선보이는 팀이 승점 쌓기에 유리하다.

이번 시즌 차등승점제는 V리그 순위 싸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압도적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대한항공이 적은 승수로 선두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은 승리할 때는 확실하게 이기며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좀처럼 허용치 않는다. 반면 질 때도 쉽게 지지 않았다. 여태까지 패배한 세 경기 가운데 두 번을 2대 3까지 따라붙으며 승점 1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중위권에 위치한 4위 우리카드와 5위 삼성화재도 승률(7승 6패)은 같지만 승점(22점-17점)은 한 경기 이상 차이 난다.

개막 후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전력도 차등승점제 덕분에 조금씩 승점을 적립하고 있다. 팀은 13연패에 빠져있지만 어느새 승점은 4점이나 벌었다. 지난달 진행된 2라운드에서는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 같은 강팀을 상대로 2대 3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연패를 끊으려는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으며 플레이한 결과다. 팬들도 이처럼 투지 넘치는 선수들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응원하고 있다.

11연패에 빠졌던 여자부 현대건설은 5일 KGC인삼공사를 3대 0으로 꺾고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를 포함해 현대건설이 12경기에서 거둔 승점은 단 4점이다. 세트당 평균 20.5점의 무딘 공격력 탓에 풀세트 접전은 한 차례뿐이었다.

주요 프로스포츠 가운데 배구만이 가진 묘미인 차등승점제는 구단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팬들을 즐겁게 한다. 이세호 KBSN 해설위원은 “차등승점제는 다소 전력이 열세인 팀들도 순위 다툼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며 “승패에 매몰돼 경기를 쉽게 포기하게 하지 않게 해 리그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구단 간 승점 차는 봄배구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 지난 시즌 남자부 1~3위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대한항공은 나란히 22승 14패를 기록했지만, 승점 70점으로 2·3위와 9점 차이를 벌린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2012-13 시즌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16승 14패·승점 50)이 도로공사(17승 13패·승점 48)보다 더 적게 이기고도 승점에서 앞서며 3위에 안착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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