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인간 생명권 돈으로 사고파는 세상 안된다” 기사의 사진
지난해 7월 완공된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도 제공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이 허가되자 의료계 및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외국인 환자만 대상으로 성형외과, 피부과와 같은 특정 과목에 한해 운영한다지만 공공성을 강조했던 의료계의 패러다임이 영리 중시로 바뀌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생명권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나라여서 영리병원이란 것 자체를 생각하기 어렵다”며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들어오게 되면서 일단 선을 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러 조건을 내세웠지만 (녹지국제병원이) 영리병원이란 건 변함없다”면서 “의료계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긴 이상 그 이후부터는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도 “(영리병원의) 물꼬가 트인 셈”이라며 “향후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진료까지 확대되거나 다른 지역에도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되면 전반적인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정부의 사전 승인이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지긴 했지만 현 정권에서 영리병원이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김 사무국장은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영리병원에)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공론조사 진행 중에도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녹지국제병원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했다”며 “제주도가 경제 상황을 운운한 것처럼 다른 지역도 경제 상황을 이유로 (영리)병원을 세우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송도의 경우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했다가 의료계의 강한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녹지국제병원이 의료산업 발전에 순기능을 할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제약이나 의료기기 등 병원을 중심으로 한 산업 연계 효과가 제주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며 “의료산업 육성이란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을 본다”고 했다.

논란이 큰 만큼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허가권자로서 책임성 있게 허가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추후 다른 지역에서 영리병원 설립 신청이 들어오면) 사안별로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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