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반발로 어긋난 ‘일자리 실험’… 현대차 “광주시가 혼선 초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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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5일 ‘단체협약 유예조항’ 삭제를 조건부로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안을 수정 의결했지만 현대자동차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광주시가 현대차에 약속한 내용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양측 간 불신의 골이 깊어져 최종 타결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현대차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특히 “의결사항 수정안 3안이 ‘현대차 당초 제안’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광주시는 “의결사항 수정안 3안은 각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하되 결정사항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토록 한다는 방안이다. 3안은 현대차 제안이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지난 6월 광주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뒤 공식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수정 의결사항이 황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 이상은 입 다물고 우회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서 공식적으로 처음 입장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반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노사민정협의회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패를 좌우할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시는 당초 5년간 임금·단체협상을 유예하고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한 임금인상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자 광주시는 단체협약 유예조항을 빼기로 했다. 그동안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큰 피해를 봤던 현대차는 임금·단체협상이 사업 초기 경영안정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 집단인데 이런 식의 방안은 주주도 이사회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둘째, 절차상 측면에서 광주시가 스스로의 입장을 수없이 번복해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아 현대차와 합의한 내용을 노조 반대를 이유로 수정한다면 협상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6월 투자 검토 의향의 전제조건으로 광주시가 스스로 제기한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의 주요 내용들이 수정된 바 있고, 이번에도 전권을 위임받은 광주시와의 협의 내용이 또다시 수정, 후퇴하는 등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절차상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가 협상의 판을 완전히 뒤엎었다고 볼 수는 없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새로운 일자리 상생 모델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 지원예산을 담은 정부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하려면 이번 주 내에 최종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현대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주44시간, 연봉 3500만원이 명시된 합의안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 유연성’ 실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노사관계와 임금구조 등 경직된 고용구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회사는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는 주거와 교육 등 사회적 인프라 및 복지 강화를 통해 삶의 질 향상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잦은 노사분규 및 파업 등으로 인해 ‘고임금 저효율’의 오명을 뒤집어썼던 국내 자동차산업에도 긍정적 충격요법이 기대된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여당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서 일자리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에서 좋은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내면 군산이나 울산, 창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물론 군산·거제 등 조선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각 지역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와 최종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뒤에 공장 설립을 위한 자본투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남는다.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을 위한 신설법인 자기자본금(2800억원) 중 광주시가 21%(590억원), 현대차가 19%(530억원)를 투자하더라도 실제 공장 설립을 위해서는 1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추가 투자 유치가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시는 산업은행에 재무적투자자(FI) 참여를 요청한 상태다. 산업은행 측은 노사민정협의회의 합의과정을 주시하면서 추후 투자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다.

공장 설립에 필요한 4200억원의 별도 대출도 필요하다. 공장 설립비용 역시 상당 부분은 산업은행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때문에 민간투자 비중이 적어 경쟁력 부실이 우려되는 또 하나의 공기업이 설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설법인의 주력 생산 차종으로 검토되고 있는 소형 SUV 연간 10만대 생산도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현대차는 울산 제3공장에서 내년 1월부터 연간 10만대의 소형 SUV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럴 경우 신설법인 완공 시점인 2021년까지 해당 차종 수요가 최소 20만대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 규모는 14만대로 추산된다. 결국 향후 수익성 문제 및 경영 부실이 발생할 경우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따른 비판이 거세게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해 6일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정건희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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