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잘나가던 래퍼, 교회와 세상 잇는 ‘응급처치사’ 되다

기독교 예능 팟캐스트 ‘응급 처치’ 제작 아이삭 스쿼브

[예수청년] 잘나가던 래퍼, 교회와 세상 잇는 ‘응급처치사’ 되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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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쇼 미 더 머니’ 이전에도 있었다. 1998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지하 공연장을 중심으로 힙합 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래퍼 아이삭 스쿼브(35·본명 박이삭)도 홍대에서 힙합을 접했다. 홍대 클럽에서 한국 힙합의 뿌리라고 평가받는 가리온과 함께 공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힙합 클럽이 아닌 유튜브와 팟캐스트(인터넷방송)라는 뉴미디어 속에서다.

아이삭 스쿼브는 다른 기독 청년들, 목회자들과 함께 2016년부터 기독교 예능 팟캐스트 ‘응급 처치(Church)’를 제작하고 있다. 다시 마이크를 든 ‘듣는 래퍼’ 아이삭 스쿼브를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한겨울에도 검정색 가죽재킷에 짧은 머리로 나타난 그는 연신 “재미있는 질문을 해 달라”며 생글생글 웃었다.

믿음이 준 회복탄력성

아이삭 스쿼브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는 어머니를 따라 예배를 드리고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했지만 하나님이 삶의 중심에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불행의 끝에 믿음이 있었다. 2008년 소속사가 폐업한 것을 시작으로 발매한 앨범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등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술을 가까이 했다. 술을 마시니 세상에 대한 불만이 차올랐다. 술에 취해 사람을 때리기도 했다. 연인은 등을 돌렸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갔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데 느는 것은 술뿐이었다.

그해 12월 한창 활동하던 시절 곁을 지켰던 전 매니저의 결혼식에도 잔뜩 취한 상태로 참석했다. 쓸쓸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마침 일요일이었고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가 떠올랐다. 아이삭 스쿼브는 “믿음이 없는 사람에겐 교회마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에 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밖에 없는 줄 알았을 정도로 무지했다”고 고백했다.

그 길로 오후 예배에 참석한 아이삭 스쿼브는 ‘보라, 새 일을 행할지니’라는 찬송가 가사 한 마디에 눈물을 쏟았다. 그는 “세상에는 수많은 노래가 있지만 ‘새 일을 주겠다’는 내용의 가사가 있는 곡은 없다”며 “‘정말 다시 새 일을 주실 건가요’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며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이후 그는 고난도 가볍게 받아들이게 됐다. 매 순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아이삭 스쿼브는 “하나님은 천국에 계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어려운 일이 생겨도 가볍게 여기게 된다”며 “그 뒤에도 고난은 있었지만 금방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이 생겼다”며 웃었다.

원래 그런 것이 어디 있나요?

우여곡절 끝에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교회는 낯설었다. 그는 주변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이상하게 여기던 것을 목회자와 교회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왜 목사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죠.’ ‘왜 편한 복장으로 예배를 드리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에 교회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아이삭 스쿼브는 “홧김에 또다시 교회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면서 “교회 사람들에게 ‘악하고 세상적 가치에 물든 녀석’으로 매도당한 적도 있다”며 다 식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교회에서 가졌던 의문을 정리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던 중 ‘담장 밖에서 교회를 바라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팟캐스트 ‘응급 처치’는 그렇게 탄생했다. “세상과 교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교회에서 꼭 필요한 문제제기를 하는 방송을 만들자는 뜻으로 뭉친 분들과 방송을 시작한 거죠.(웃음)”



응급 처치는 다른 팟캐스트보다는 거룩하지만 예배보다는 덜 엄숙한 기독교 채널이다. 풍자와 해학으로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듣는다. “‘믿음 좋은 배필을 만나게 해 달라’며 배우자 기도를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는 “속으론 예쁘고 잘생긴 것 좋아하잖아. 믿음도 필요하지만 솔직한 게 제일 중요해”라며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기독교인의 공분을 사는 일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도 낸다. 그런 솔직함에 어느덧 2000여명 넘는 팔로어가 생겼다.

일주일 중 이틀을 꼬박 녹음과 편집에 몰두하지만 팔로어들의 온갖 댓글과 메일을 보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청년들과 소통하다보니 인터넷 교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면서 “메일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라는 답변을 받을 때 가장 즐겁다”며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에 달린 댓글을 뒤적였다.

아이삭 스쿼브는 지금 한국 기독교 역사를 통째로 공부하고 있다. 여태 들어왔던 대답 ‘원래 그래’의 기원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교수님들과 함께 감리교와 침례교가 어느 지역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부터 한국전쟁 당시의 교회 기록까지 모두 읽고 있다”며 “공부한 내용을 쉽게 풀어 청취자들과 나눌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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