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배병우] 文 대통령의 ‘북한 몰입’ 기사의 사진
탄력근로 연장 등 경제정책 수정, 노동계가 반대만 하면 미뤄지고 외교 입지도 북한 편들다 좁아져

‘경협 대박론’은 착각· 환상일 뿐, 경제 악화되면 남북화해 지지층 도 사라져… 정책 순위 바꿔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리는 데도 북한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점이다.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 주52시간 근로제 처벌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기업이 강력히 요구해 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은 끝내 해를 넘기게 됐다. 노동계가 반대하기만 하면 차일피일이요 좌고우면이다.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는 다른 노동시장 정책 개선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골치 아픈 경제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해결된다고 믿는 듯하다.

반면 대북 제재로 사실상 불가능한 남북 철도 연결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한시라도 앞당기려 전력을 다한다. 아주 대조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뉴스 댓글이나 SNS에는 경제가 이토록 나빠지는데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지원 타령만 한다는 의견이 넘쳐 난다.

우선, 여기에는 청와대와 여당의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남북관계 이벤트를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고 국정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실제 문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정부 출범 후 1년 반 동안 경제정책 실패로 까먹은 지지율을 대형 남북관계 이벤트를 통해 일시에 회복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올해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월 판문점 정상회담, 9월 평양 정상회담 등 ‘북풍(北風)’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북한 효과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국민들이 남북관계 이벤트에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 답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부정적 효과만 낳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대북 제재가 풀리면 산적한 한국 경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경협 대박론’을 여권이 진정으로 믿기 때문일 수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세력이 내세운 통일대박론의 ‘진보세력 버전’에 가깝다. 여권 핵심들이 남북철도 연결의 경제적 효과를 수시로 언급하는 데서 이런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대북 제재가 풀리면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로 투자심리 호전에는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곤경에 처한 한국 경제의 탈출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북한 경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경협이 대규모로 진행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변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협과 북한 내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문제로 한국의 성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1400달러인 북한과 3만 달러인 남한 사이에 정상적인 무역 관계가 가능할 것 같으냐”고 반문한다. 그는 남북경협은 ‘대북 지원’이나 ‘대북 경제원조’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못 박는다. 간단히 말해 경협 대박론은 실체가 없다. 국민들에게 환상이나 착각을 심어줄 뿐이므로 경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몰입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교의 입지를 좁히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지난 4일 선(先) 대북제재 완화를 호소해 온 문 대통령 앞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회의적이라는 신호가 갈수록 분명해지는데도 문 대통령은 세계를 돌며 ‘북한은 진정성이 있다. 먼저 제재를 풀자’고 한다. 남북관계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국제사회의 공감대나 인식과 한참 동떨어진 언행을 하는 셈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한국의 신인도나 외교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반발한 일본은 국제 사회에 ‘한국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한 민간 싱크탱크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줄다리기로 넘어간 현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국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봐도 50%를 넘지 않는데 대통령 행보를 보면 70~80% 되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경제가 악화되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중재 노력에 대한 국내 지지 기반도 약해질 게 뻔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김 위원장 연내 답방에 목매는 문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냉소론이 커지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가 경제보다 북한을 앞세우면서 나라와 정권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맞다. 국정 최우선 의제의 조정이 급선무다.

논설위원 bwb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