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양혜원 난잔종교문화硏 연구원] 가는 길 다른 기독교와 페미니즘 공존의 방안은?

‘교회 언니의 페미니즘 수업’ 펴낸 양혜원 난잔종교문화硏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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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언니의 페미니즘 수업’을 쓴 양혜원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한 카페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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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논의가 조금씩 이뤄졌지만 진전은 더딘 편이다.

종교여성학자이자 사모인 양혜원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이 최근 펴낸 ‘교회 언니의 페미니즘 수업’(비아토르)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양 연구원을 지난 3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교회 안에서 적잖은 시간을 기독교인이자 여성으로서 자기 서사를 어떻게 써나갈 것인지 고민해왔다. 전작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는 목사 사모로 불리기 시작할 무렵 뒤늦게 여성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삶의 여정을 들려줬다. 이번 책에선 그 후 홀로 유학길에 올라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종교여성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기까지 4년 반 동안 고민하며 내린 나름의 결론을 내놓는다.

일단 종교여성학이란 분야 자체가 생소하다. 그는 “모든 종교를 여성주의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쓰고 연구하면서 페미니즘이 교회 안의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 우선 서구의 페미니즘은 한국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서구에서는 여성들이 참정권, 낙태권, 교육권을 싸워서 얻어냈지만 한국에선 근대화 과정에서 투쟁 없이 주어졌지요. 한국에서 근대 페미니즘은 19세기 말, 20세기 초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여성의식이 깨어난 건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시민 자격으로 자기 권리를 행사하면서부터입니다." 정치적인 상황상 한국의 페미니즘은 서구와 다른 길을 걸었고, 특히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권 실행 면에서는 이 시기가 의미있게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하더라도 여성의 관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기초적인 활동부터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구에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학자들이 여성의 입장이나 관점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부족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요.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경험을 기록한 자료들도 꽤 축적됐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자료 자체가 부족합니다. 한국의 복음주의가 남성 목회자 몇 명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잖아요. 여성들이 교회에서 기여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경험을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하고 들려줘야 합니다.”

현재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다뤄지는 방법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접합을 추구하는 이들은 태초의 기독교는 가부장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평등한 기독교에 가부장적인 문화가 들어왔기에 그것만 제거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건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조심스럽지만 궁극적으로는 페미니즘과 기독교가 가는 길이 같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여성해방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은 궁극적으로 경제적으로나 성생활 등 여러 면에서 남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을 추구합니다. 이성애자의 페미니즘은 결국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 남자라는 점에서 한계를 느낄 수 있어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여신숭배 등의 다른 길을 찾아 기독교를 떠나는 페미니스트들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의 주장에 어떤 이들은 여성안수도 인정하지 않고 남녀차별이 엄존하는 한국교회에서 자칫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 아니냐며 반기를 든다.

“교회 안에서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목적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는 활용법을 찾자는 겁니다. 페미니즘을 잘 배운 사람이 우리의 목표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여성이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 교회 안에서도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면 좋겠어요. 굳이 예수를 페미니즘에 대지 않고도, 예수가 교회를 사랑한 것처럼 여성을 제자로 대등하게 대해달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는 그런 점에서 여성들이 남성과 똑같이 제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익숙하지 않고 맥락도 다른 이야기를 굳이 앞세울 필요 없이 복음을 우리 세대에 맞게 가공해서 남녀평등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페미니즘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질문할까요. 사실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도입하려는 건 치열하게 싸워온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어요.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것보다 복음을 통해 여성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질문 자체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가 던진 이 질문에서부터 한국교회가 고민을 시작해보면 또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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