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호 (8) 美 CCM 뮤지션과 협업한 음반 국내에 반향

첫 앨범 대히트 속 본격 찬양 사역… CCM 적극 받아들인 2·3집도 인기, 복음성가로 음악계 인정 받아 뿌듯

[역경의 열매] 박종호 (8) 美 CCM 뮤지션과 협업한 음반 국내에 반향 기사의 사진
박종호 장로가 1993년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찬양집회를 인도하고 있다.
1988년 내 이름으로 낸 첫 앨범인 ‘살아계신 하나님’이 소위 ‘대박’이 나면서 본격 찬양사역을 시작했다. 그해 가을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연 콘서트에는 객석 4000석이 공연장 개방 5분 만에 채워졌다. 자리가 모자라 2층 난간에도 여러 사람이 걸터앉을 정도였다. 오후 7시 공연인데도 대여섯 시간 전부터 공연장 앞에서 진을 치고 대기한 중·고등학생들도 꽤 많았다.

이제 무대 위 조명 아래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건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만개의 눈동자가 나만 바라보는 것은 정말이지 떨렸다. 홀로 하나님과 대면하듯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찬양할 수 있도록 곡이 바뀔 때마다 주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노래했다. ‘네 찬양을 듣고 있으면 참 행복해지는구나.’ 주님이 이렇게 생각하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서 그분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한창 사역을 하면서 미국의 현대기독교음악(CCM)을 접하게 됐다. 그중 가장 유명한 가수의 음반을 들어보니 우리나라의 복음성가와는 차원이 달랐다. 영화에서 쓰일 법한 서라운드 음향이 지원됐고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력해 앨범을 만들었다. 이걸 들으니 마음에 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미국처럼 최고의 음악으로 하나님을 노래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마침 미국 CCM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듬해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크리스천 아티스트 세미나’에 나와 찬양사역자 송정미, 가수 하덕규가 초대된 것이다. 국내에 ‘한국컨티넨탈싱어즈’를 설립한 마이크 하크로우의 초청 덕분에 가능했다.

세미나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온 6개 CCM 그룹이 40분씩 무대를 꾸미는 공연이 일주일 내내 열렸다. 팝이나 록부터 헤비메탈까지 다양한 장르가 무대 위에서 연주됐는데 이들 중에는 그래미상을 받은 그룹도 있었다. 수준 있는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은 나는 2집 ‘나를 받으옵소서’를 이때 만난 미국 CCM 연주자들과 함께 제작했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 등과 작업한 정상급 드러머와 기타, 베이스 연주자들의 연주에 최덕신의 곡이 더해져 2집도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91년 나온 3집 ‘Hymns’도 월트디즈니에서 영화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데이비드 클라이즈데일 등 미국의 실력파 연주자 및 합창단, 오케스트라단과 함께 만들었다. 국내에서 듣기 힘든 사운드와 편곡이어서 그런지 교계 안팎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3집을 내놓고 나서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어떻게 해야 이런 음향을 만들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홍연택 선생과 국립합창단 지휘자 나영수 선생이었다. 복음성가가 다른 전문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으니 뿌듯했다. 하나님께 제일 좋은 것을 드리고자 했을 뿐인데 세상에도 영향력을 끼치니 얼마나 보람찼는지 모른다.



최고의 것을 고집하다보니 어려움도 있었다. 앨범 하나를 만드는 데 억대의 돈이 들어갔다. 앨범을 낼 때마다 아파트 한 채에 버금가는 빚이 생기는 꼴이었다. 하지만 앨범 제작에 있어 양질의 음향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젊은 사역자였던 내게 비용 문제는 언제나 큰 부담과 고민을 안겼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뿐 아니라 세상에 영향을 끼칠 곡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나는 이후 앨범들에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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