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민세진] 에너지 대책, 답은 나와 있다 기사의 사진
서기 120세기 은하제국. 은하수라 불리는 거대한 천체들로 구성된 은하제국은 서서히 몰락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제국의 몰락을 이론적으로 예견한 한 학자가 은하계 양쪽 끝에 과학자들을 이주시켜 파운데이션이라는 두 개의 도시국가를 건설한다. 은하제국이 쇠락하면서 은하계 변경에는 독자적인 왕국들이 출현하고, 이들은 파운데이션을 군사적으로 위협한다. 하지만 원자력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로서 파운데이션은 독립을 지킬 뿐 아니라 원자력을 신격화해 종교적 중심지로 번영의 기반을 다진다.

공상과학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시작한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도입부 이야기다. 비록 1940년대 과학기술의 한계를 담고 있겠지만, 광속을 초월하는 우주여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묘사한 아시모프가 우주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힘의 원천으로 원자력을 지목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19세기 말부터 이미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모프가 재생에너지의 존재를 몰랐을 리도 없다. 원자력의 어떤 면에 아시모프가 설득된 것일까. 19세기 말 대규모 전력 생산이 시작된 이래 발전 분야에 많은 기술 개발이 이뤄졌지만 터빈을 돌려 전력을 만드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터빈을 돌리는 힘의 80% 가까이는 여전히 물을 끓여 나온 증기에서 얻는다. 결국 물을 끓이는 열을 어떻게 조달하는가가 관건이다. 현재 그것의 90%에 육박하는 비중을 석탄, 천연가스 등 무언가를 태워 나온 열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 정도가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이다.

태워 나온 열이든 핵분열 열이든 열 이용 방식이 가장 광범위하고 중요한 이유는 안정성이다. 열 공급원만 유지된다면 들쭉날쭉한 전력 수요에 맞춰 24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수력 등 대부분의 재생에너지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기술 발전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용이 낮아지긴 했지만 열을 이용하는 방식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다만 태워 나온 열을 이용하면 무엇을 태우느냐에 따라 다르긴 해도 불가피하게 공기가 오염된다.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바이오에너지 상당 부분이나 폐기물에너지도 태워 쓰기 때문에 공기를 오염시킨다.

원자력 발전은 공급의 안정성을 갖추고 발전 비용도 저렴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력거래량 1㎾h당 발전사업자가 받는 가격은 원자력이 60원대로 가장 저렴하고, 그 다음인 유연탄 80원대보다도 훨씬 싸서 평균 가격 유지에 공이 크다. 태워 나온 열이 아니기 때문에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비가 많이 들고 폐기물 처리장 확보가 쉽지 않은 점, 무엇보다 동일본 대지진에서 본 것처럼 막대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문제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은 기존 원전 출력 3분의 1 이하의 소형 원자로 개발에 주목한다. 소형 원자로는 건설비와 폐기물이 적고 안전성은 높은 차세대 원전으로 기대된다. 엄청난 재난을 겪은 일본조차 일정한 원전 비율 유지, 이를 위한 소형 원자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세계 7번째로 전기를 많이 쓰는 나라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정부가 예상하는 전력 소비 증가율도 같이 떨어졌지만 점점 더 전기에 의존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때 전력 소비가 경제성장률 정도로만 증가할까 싶다. 흔히 화석연료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선도적 국가로 독일을 꼽지만,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은 국가 간 전력 거래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이용으로 안정성이 떨어진 부분을 전력 수입으로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을 수입할 여건이 안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최선이고 향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것 아닌가.

민세진(동국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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