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에너지 빈곤층 기사의 사진
고학생(苦學生)의 생활은 사계절 내내 어렵다.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약해도 학비와 숙식비, 교통비와 용돈 등 돈 쓸 곳은 차고 넘친다. 데이트 비용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아니라 주독야경(晝讀夜耕)에 내몰린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 두세 곳을 전전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고학생의 삶은 더욱 고달프다.

고학생에게 봄과 가을은 그나마 지내기 편한 계절이다. 혹서와 혹한과 싸워야 하는 여름과 겨울은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린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은 사계절 가운데 최대 난적이다. 1980년대 초반 고학생들은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가 카키색의 야전 침낭을 샀다. 허름한 셋방에 살며 연탄을 땔 수 없는 이들에게 야전 침낭은 괜찮은 잠자리였다.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 위해 이불을 펴고 그 위에 침낭을 놓는다. 내복과 체육복을 껴입고 침낭에 들어가 지퍼를 올린다. 코끝은 시리지만 견딜 만하다. 자는 모습이 고치 안의 번데기를 닮았다. 마음씨 고운 주인아주머니는 아들 같은 청년이 고생한다며 셋방 아궁이에 연탄을 넣어 준다. 주인의 온기가 고학생의 겨울을 덜 춥게 한다.

고학생은 피 끓는 청년이고 희망이 있다. 요즘 에너지 빈곤층은 주로 고령층이고 내일을 기약할 수조차 없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동장군은 겨우내 위력을 떨치며 에너지 빈곤층을 괴롭힐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상 한파에 경기 한파까지 저소득층을 덮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역효과를 내면서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킨 탓이다. 영하의 날씨에 마음마저 추우면 더 춥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나눠주는 연탄은행의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후원금은 예년보다 대폭 줄었고 연탄값은 올랐다. 이달과 내달에만 연탄 150만장이 필요한데 후원 물량은 43만장에 불과하다. 연탄은행이 담당하는 에너지 빈곤층은 10만 가구를 넘는다. 이들은 비싼 가스나 석유 대신 연탄에만 의존한다. 연탄은행은 어느 한 가구라도 뺄 수 없어 가구당 나눠주는 연탄을 줄였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허 목사와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오늘도 백방으로 뛰고 있다. 한국교회와 정·관·재계, 독지가들의 후원이 절실한 때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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