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지역 리포트] “장인과 디자이너 협업으로 봉제산업 활력 되찾아야” 기사의 사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 6일 열린 ‘2018 서울봉제포럼 수주상담회’에서 신용남 신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가 4차 산업혁명시대 패션·봉제 산업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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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에서 봉제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약 9만명으로 추정된다. 2015년 한국의류산업협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8500여개 업체 중 절반이 넘는 5200여개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심형 제조업이지만 대기업 중심의 시장 속 영세업체는 설 자리를 잃어갔다. 패션업계는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국내 남은 봉제업 종사자들의 공임비용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오르지 않아 대표적 저임금 산업이 됐다.

서울시는 패션·봉제 산업이 서민 일자리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고품질 패션 상품 발굴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봉제밀집지역 활성화를 통해 종사자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싶었던 한 대학생은 직접 청바지(데님) 브랜드를 만들었다. ‘비스포크데님’의 허정운 대표가 주인공이다. 허 대표의 데님은 고객이 방문하면 사이즈를 체크한 후에 원단과 부자재를 선택해 만들어지는 맞춤형 청바지다. 프리미엄 의류는 바지 하나에 60만원을 훌쩍 넘는다. 데님의 무늬를 결정하는 워싱도 고객 취향에 맞게 가공할 수 있는데다 기성복과 달리 사이즈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브랜드를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 봉제 산업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허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서울봉제포럼 수주상담회’ 행사로 열린 포럼에서 “내수 봉제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데 젊은 층 유입이 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고품질 소량생산 비중을 확대해 스마트 생산으로 넘어가기까지 과도기를 견디고 이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W컨셉코리아 황재익 대표는 최근 유통산업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판로 개척 방안을 주제로 패션 관련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에 종사해 왔던 경험을 공유했다. W컨셉은 국내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신선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동시에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육성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프론트로우’라는 제작브랜드도 론칭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버레인(EVERLANE)의 사례를 소개했다. 황 대표는 “우리는 어떤 디자이너가 만들었는지를 자랑하는데 에버레인은 어디서 만들었는지를 자랑한다”며 “옷을 만드는 사람과 디자인을 연결하는 적극적인 콘셉트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레인은 공장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업체다. 예를 들어 신발을 소개할 때 이탈리아의 공장에서 어떻게 공급했고 그 공장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소비자들에게 상세히 소개시켜주는 것이다. 페루 면 티셔츠, 베트남 데님, 중국 실크 등 스토리를 입힌 제작 과정 설명을 곁들인다. 황 대표는 “이 사이트는 e커머스 산업에서 봉제와 원단 마스터(장인)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e커머스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정작 봉제 장인과 매칭은 쉽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황 대표는 “디자이너들과 봉제 장인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생겨나면 일감도 생겨날 수 있고 동시에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남 신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하고 있는 ‘서북권패션지원센터’ 역할을 소개했다. 서북권패션지원센터는 서울시가 봉제 산업 지원을 위해 동대문(도심), 중랑(동북), G밸리(남북)에 이어 봉제공장 밀집지역인 마포구 만리재고개 인근에 세운 공간이다. 신진 디자이너와 숙련 장인이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신 교수는 “기존에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디자인이 넘어오면 손으로 직접 패턴을 제작하고 재단해 샘플을 만들고 생산, 납품했다”며 “서북권 패션지원센터에서는 이 공정을 단순화 해 봉제인들이 디지털 작업(CAD프로그램)을 익히고 유통망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봉제 산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봉제 장인들이 한데 모여 필요한 기기를 함께 사용하고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재단센터’를 만드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근로 환경도 개선돼 젊은 인재들도 모여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서울시는 봉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과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수주 상담회도 개최했다. 상담회장에서 만난 윤순민(30) 대표는 봉제·패턴 관련 업체 ‘비에파’를 운영 중이다. 옷을 만들기 전 필수적으로 필요한 패턴을 3D로 구현해내는 업체다. 윤 대표는 “패턴 기술을 숙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는 외면 받고 있다”며 “하지만 패턴·봉제는 옷을 만드는 기본이 되는 만큼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에파는 6팀의 바이어와 미팅을 진행했다. 서울시 수주상담회가 없었다면 만나기 어려운 기회였다. 윤 대표는 “패션·봉제 업체의 경우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인력이 대부분이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제작 의뢰를 위한 마케팅 직원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시 봉제산업 육성 지원으로 최근 일본 도쿄 페어에도 참가하는 등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이 끝난 뒤에는 수주상담회를 진행한 업체들의 옷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패션쇼도 진행됐다.

▒ 서울시, 우수한 패션·봉제업체에 브랜드 부여 등 다양한 지원 사업
영세업체 모아 ‘소그’ 브랜드 육성, 청년들 취업 땐 보조금·장려금


서울시는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패션·봉제업체를 적극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의 봉제산업 지원 전략의 한 축은 ‘브랜드’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메이드 인 서울’이다. 서울시가 품질을 인증하고 인증업체와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홍보·판로를 돕는 것이다. 서울 소재 의류·봉제업체가 신청하면 서울시 평가를 거쳐 인증 유효기간을 설정해 브랜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 수 없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을 모아 하나의 브랜드를 육성해주는 지원 사업도 있다. 바로 ‘소그(SOGUE)’다. 서울(SEOUL)과 유행(VOGUE)의 합성어인 소그는 서울에서 시작되는 트렌드를 의미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참여업체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마케팅 기법, 브랜드 개발 전략 등을 교육한다.

서울시는 또 청년인력이 봉제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이나 서울기술교육원, 특성화고교 등에서 봉제 관련 교육을 수료한 서울시 거주 청년(만 18~34세)이 의류제조업체에 취업하면 고용보조금과 취업장려금 등을 지원한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 문을 연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봉제산업의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어진 공간이다. 체험공간과 전시실 등이 위치하고 있어 봉제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봉제 장인들의 스토리도 만날 수 있다.

조인동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1970~80년대 산업화를 이끈 서울 대표 도심 제조업인 봉제산업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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