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나만의 독특한 몸짓·표정… 팬 들뜨게 만든다 기사의 사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6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쁨을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호날두의 세리머니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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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는 선수들의 화려한 세리머니다. 선수들이 득점을 올리거나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내세우는 몸짓과 표정 등은 팬의 감정을 들뜨게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최근엔 세리머니의 양상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스포츠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경기 중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선수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팬들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펜싱의 박상영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고 외친 세리머니는 국민들에게 감동과 자신감을 고취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세계적인 스타들은 자신만의 고유 세리머니를 가지고 있다.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골을 넣은 뒤 일명 ‘호우 세리머니’를 펼친다. 높이 뛰어 올라 반바퀴를 돈 뒤 착지하는 순간 포효와 함께 ‘대(大)자 형태’로 팔다리를 뻗는다. 이는 많은 축구 선수나 혹은 다른 종목 선수들도 벤치마킹하곤 하는 유명 세리머니가 돼버렸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동료들과 공중에서 엉덩이를 맞부딪히거나 신나게 어깨춤을 추는 세리머니로 자신의 기쁨을 표현한다. 팬들이 스타의 세리머니를 따라하는 것도 흔한 광경이 됐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13일 “세리머니는 선수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팬들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즘에는 대다수 선수들이 세리머니에 앞서 시대의 이슈를 떠올리고, 세리머니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의사 표출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선수들도 세리머니가 화려해지고 있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지난 9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결승골을 넣은 뒤 일본 기업 도요타의 광고판을 딛고 올라 자신감을 표출했다. 상대인 일본의 기를 완벽하게 꺾는 세리머니였다.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은 지난 1일 K리그1 시즌 최종전에서 코믹한 ‘관제탑 댄스’로 큰 웃음을 안겼다. 최근 K리그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BJ 감스트가 추던 춤을 따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주장 김은정(경북체육회)은 절도 있는 거수경례로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세리머니로 자신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선수도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은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 9회초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쳐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안타를 친 뒤 배트플립(배트 던지기)을 선보였는데 이것이 ‘국민 밉상’ 이미지를 지웠다. 오재원은 리그 경기 때 큰 리액션을 펼쳐 두산 팬들에게는 인기를 끌었지만 타 팀 팬들에게는 시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일전의 활약 이후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에이전트가 선수들에게 세리머니 교육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선수 개인이 가진 스토리에서 비롯되는 정확한 동작의 세리머니를 한다는 점이 새로운 동향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쁨의 세리머니가 불상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2016년 5월 미국프로야구(MLB)에선 역대급 난투극이 펼쳐졌다. 루그네드 오도어(텍사스 레인저스)가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호세 바티스타(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거친 슬라이딩에 격분해 안면에 강펀치를 날렸다. 바티스타가 직전 시즌 역전 홈런을 때린 뒤 MLB에서 금기시되는 배트플립을 한 것을 기억하고 응징한 것이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지난 9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뒤 감격한 나머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세리머니를 했다. 하지만 착지할 때 왼쪽 무릎 내측인대를 다쳤다. 지동원은 전치 6주 진단을 받아 소속팀 경기는 물론 10월 국가대표 A매치에도 결장해야 했다.

정치·종교적 행위가 가미된 세리머니는 국가간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금물이다.

알바니아계 스위스 선수인 제르단 샤키리(리버풀)는 러시아월드컵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쌍두독수리’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쌍두독수리는 알바니아 국기의 문양인데 샤키리의 행위가 세르비아와 분쟁 중인 코소보(주민 다수 알바니아계)를 지지하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을 받았다. 샤키리는 세르비아 국민의 비난을 샀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제외됐다.

스포츠 관계자들은 “세리머니가 스포츠 축제를 빛내는 수단으로 쓰일 때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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