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역간척 기사의 사진
휴전 직후 남한 면적은 9만6900여㎢였다고 한다. 6·25 전쟁 전 9만3600여㎢에서 약 3300㎢ 늘었다. 전쟁 전 남한에 속했던 개성, 개풍, 옹진, 연백 등지를 빼앗기고 연천, 철원, 양구, 인제, 양양, 고성 등을 수복해서다. 이후 남한 면적은 꾸준히 늘어 현재 10만300여㎢에 이른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국가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한 간척사업 덕분이다. 그 결과 여의도 1170배 크기의 새로운 땅이 생겼다. 서해안에는 대규모 간척으로 상전벽해가 된 곳이 수두룩하다.

보릿고개 시절, 식량 자급자족은 국가 최우선 당면 과제였다. 인구는 많은데 국토는 좁은 현실에서 대규모 농지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간척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특히 충남 천수만 일대에서 간척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폐유조선 물막이 공사로 유명한 서산간척지는 우리나라 간척 역사를 대표한다.

우리나라에 앞서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이 간척으로 국토를 넓혔다. 네덜란드의 경우 1950년대 후반부터 20여년에 걸쳐 진행한 대규모 간척 프로젝트, 델타계획을 통해 지도를 완전히 새로 그렸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이제 간척을 하지 않는다. 독일은 1930년대 간척사업을 중단한데 이어 1980년대 후반에는 아예 법으로 모든 간척을 금지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도 1980년대 이후 간척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달리 2000년 이후에도 대규모 간척사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제방을 허물어 육지화한 땅을 예전의 갯벌로 되돌리는 역간척 바람이 불고 있다. 간척의 순기능보다 수질오염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역기능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갯벌의 무궁무진한 생태적, 경제적 가치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충남 태안 황도의 성공 사례는 역간척에 불을 댕겼다. 2012년 제방을 허물고 바닷물길을 트자 바지락 생산량이 이전에 비해 46% 급증했고, 농어와 감성돔이 돌아와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자극받아 충남도는 최근 부남호를 역간척 대상지로 정했다. 순천만을 비롯한 전남 해안지역에서도 역간척이 활발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진리를 역간척이 다시 일깨우고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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