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회 탈출하겠다는 정부인데, 공무원은 과로 중 기사의 사진
정부가 ‘과로사회 탈출’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정작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여전히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행정직 공무원인데도 매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례까지 나왔다. 각종 현안에다 국회가 수시로 거는 ‘대기 명령’까지 겹치면서 과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기업에는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도입됐지만 공공부문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12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부처 행정직 공무원의 1인당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은 28.6시간이다. 2016년(31.5시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초과근로에는 부처별 편차가 있다. 경찰청이나 해양경찰청의 행정직은 지난해 1인당 월평균 48.3시간, 47.9시간을 더 일했다. 현장과 연계되는 업무 특성이 반영된 수치다. 다만 문서 작성, 정책 수립이 주된 업무인 정부부처에서도 야근은 일상이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1인당 초과근로시간이 월평균 29.5시간에 이른다. 4급 이상 공무원은 야근 수당이 없지만 ‘야근의 수렁’에서 빠져나가기 힘들다.

행정직 공무원이 야근에 시달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안이 터지면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린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은 조류 인플루엔자(AI)만 발생하면 24시간 근무체제다. 오전 8시30분 첫 회의를 시작해 수시로 회의가 열리니 퇴근할 방법이 없다. 농식품부 공무원은 “AI가 터지면 집에서 캐리어를 들고 온다”고 전했다.

국회도 야근을 부른다. 국정감사나 예산 심의 때만 되면 자정을 넘어서까지 각 부처에 자료요구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담당 공무원은 퇴근할 수가 없다. 국회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잦다. 의원실에서 부르면 자료를 싸들고 달려가야 한다.

지난 3일 새벽 2시 국회에서 기재부 예산실 소속 김모 서기관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재부 지부는 “김 서기관이 몇 달째 월 100여시간이 넘는 초과근로를 하며 서울의 모텔을 전전했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행정직 공무원조차 이러니 현장직 공무원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현장직 해양경찰의 경우 지난해 1인당 월평균 128.8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초과근로를 수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에 과로사회 탈출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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