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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박영호 목사] “초대교회는 가정교회 넘어선 사회적 신앙공동체”

‘에클레시아’ 펴낸 박영호 목사

[저자와의 만남-박영호 목사] “초대교회는 가정교회 넘어선 사회적 신앙공동체” 기사의 사진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새물결아카데미에서 새책 ‘에클레시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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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1세기 초대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초대교회라고 하면 흔히 소수의 그리스도인이 모여 예배드리던 가정교회의 모습을 떠올린다. 헬라어 ‘에클레시아’로 지칭되던 당시 교회의 모습이 과연 그랬을까.

박영호 경북 포항제일교회 목사의 책 ‘에클레시아’(새물결플러스)는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 단어를 조명하며 그동안 우리 머릿속에 있던 관념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가 2012년 미국 시카고대학 인문학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초기 교회를 사회사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으로 해외에서 먼저 책으로 발간됐다. 2015년까지 시카고 ‘약속의교회’를 담임하던 박 목사는 귀국해 한일장신대 신약학 교수로 지내다 지난 9월 포항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지난 4일 책 관련 강연차 서울 새물결아카데미를 찾은 박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는 “에클레시아라는 단어가 기독교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하지만 이 단어는 1세기 말, 혹은 2세기 초에 가서야 중요한 명칭이 됐고 그전까지 그리스도인을 부르는 수많은 명칭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책은 기원전 355~32년 당시 정치가의 연설 자료, 에클레시아에서 이뤄진 결정 사항을 발표한 포고문 등 당대 문헌을 분석한다. 그는 “당시 에클레시아는 회집한 군중을 뜻하는 ‘데모스’와 동일하게 여겨졌다”며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전통에서 에클레시아는 시민들이 모여서 정치적 의사 결정 행위를 했던, 가장 중요한 제도였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당시 공적인 삶에 참여하지 못하면 인간, 자유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리스의 인간론을 모르면 신약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많은 학자들이 로마 제국 시대에 들어와 에클레시아가 정치적으로 약화되고, 평의회의 제안을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고무도장’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 목사는 “로마 시대에 와서도 그리스 민주정치의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70인역 성경과 제2성전기 연구를 통해 “에클레시아라는 용어의 사용이 팔레스타인 거주자든, 디아스포라든 유대인들 역시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에 노출돼 있었고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위에서 그는 사도 바울의 서신서 분석을 통해 에클레시아 개념의 재정립을 시도한다. 사복음서나 베드로전서, 야고보서 등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 단어를 사도 바울은 매우 빈번하게 사용했다. 박 목사는 “데살로니가전서 1장에서 처음으로 바울은 많아야 40~50여명이 모였을 이들을 에클레시아로 지칭한다”며 “영광스러운 에클레시아라는 용어를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함으로써 공동체의 가치를 격상시키려는 바울의 전략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울의 에클레시아는 작은 가정 모임이 아니라 각종 정책을 결정하고 재판권까지 행사하려했던 지역 그리스도인 전체의 집회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바울이 꿈꿨던 교회의 모습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결사체에 이방인도 시민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한층 발전된 형태였다는 얘기다.

박 목사는 이러한 관점 위에서 신약 성경의 주요 본문을 재해석한다. 고린도전서 11장 17~34절 성찬에 대한 바울의 권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당시 고린도 교회와 마케도니아의 빌립보, 데살로니가 교회가 어떻게 달랐는지 분석한다. 박 목사는 “바울은 복음을 전하고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교회를 형성해나가도록 하고, 복음의 진리와 어긋날 때는 개입하는 방식으로 교회의 역사를 만들어갔다”며 “바울의 교회론은 하나의 정형화된 틀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복음의 중심을 유지하되 지역의 상황에 맞게 교회의 모습을 발전시켜나가는 유연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사회사적 연구에 기반해 새롭게 성경 텍스트를 읽는 그의 시도는 참신할 뿐 아니라 흥미롭다. 박 목사는 “지금까지 너무 관념에 치우친 역사해석을 해 왔다”며 “보다 구체적인 정황에 주목해서 성경을 읽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에 여러모로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박 목사는 “당시 바울이 변증법적으로 교회 역사를 만들어갔던 것처럼 앞으로 한국교회 역시 어떤 교회를 세워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 백년 전 수립된 장로교의 정치구조가 21세기에도 유효한지, 각 교단의 정치 형태를 시대에 맞춰 변형해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보자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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