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작업 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업체는 비용 절감 위해 안전 규정 무시
‘위험의 외주화’ 막는 법안 처리 시급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 숨진 24세 청년 김용균씨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고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2인1조로 짝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태안화력발전소는 경쟁 입찰을 통해 최저가에 민간 하청업체에 이 업무를 맡겼고, 하청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한 사람에게 일을 시켰다. 발전소측은 하청업체가 2인1조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왔고 사고 책임은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입사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이 청년은 분진이 날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기계 소음이 있는 곳에서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였다. 밤 10시30분쯤 작업장에 들어간 뒤 새벽 3시2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5시간가량 혼자 방치돼 있었다. 누가 옆에 있었다면 비상버튼을 눌러 기계를 멈출 수 있었다. 동료들은 그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것도 모르고 계속 벨트를 돌렸다며 괴로워하고 있다.

2016년 구의역 사고도 그랬다.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고장을 협력업체에 통보했고, 협력업체 직원 19세의 김모군이 구의역에 갔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려면 반드시 전동차가 오는지 봐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혼자서 일하다 전동차를 피하지 못했다. 2017년 제주도 생수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17세의 이모군도 마찬가지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이군은 혼자 상하작동설비를 손보다 기계를 피하지 못했고 한참 동안 방치돼 있었다.

위험의 외주화니 하는 어려운 용어는 차치하고 청년들이 더 이상 이렇게 목숨을 잃게 놔둬서는 안 된다. 대부분 하청업체 등에서 일하는 청년들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하청노동자 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2~2016년 서부전력 등 한전에서 분사한 5개 발전사에서 일어난 사고 가운데 97%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년 이후 9년 동안 산재 사망자 40명 중 하청노동자가 37명이다.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했거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원청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환경노동위에서 법안이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채 정기국회가 끝났다. 노동계는 숨진 청년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들어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또 다른 문제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원청업체든 하청업체든 안전한 조건에서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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