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택시 엑소더스’ 이미 시작, 승차거부 택시를 승객이 거부 기사의 사진
‘택시 애용자’였던 직장인 배모(29)씨는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경기도 군포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그는 1주일에 세 번 이상 택시를 이용하지만 불쾌했던 기억이 더 많다. 승차를 거부당해 1시간 가까이 걸어가거나 불친절한 기사 때문에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배씨는 13일 “택시 기사가 길을 안내하라며 다짜고짜 짜증을 내거나 가는 길 내내 40분 넘게 큰 소리로 통화했던 적도 있다”며 “매번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의 집단 반발로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은 잠정 연기됐지만 택시업계의 자정 노력 없이는 이미 시작된 ‘택시 엑소더스’(탈출)를 막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용자들은 택시의 고질병으로 지목됐던 승차거부나 불친절 문제를 개선한 대안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질적 변화를 이뤄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자들은 “내 돈 내고 택시를 타는데 주눅 드는 일이 너무 잦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접수된 택시불편신고 민원 1만4401건 중 불친절이 5006건(34.7%)으로 가장 많았다. 승차거부(4087건), 부당요금(3439건)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윤모(28)씨는 “장을 보고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는데 짐이 많다는 이유로 ‘배차를 취소하라’고 소리 지르며 가버렸다”며 “택시 기사들이 카풀을 반대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틈새를 공략한 차량 공유 서비스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된 11인승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는 한 달 만에 앱 다운로드 10만건을 넘어섰고, 카풀 서비스 ‘풀러스’도 이용자 수 90만명을 돌파했다. 이용객들은 승차거부 우려가 없고, 고객 서비스도 더 낫다고 평가한다. 타다는 택시와 이용 방법이 같지만 기사가 고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없어 승차거부가 불가능하다. 운행 중 클래식 음악을 틀고, 고객에게 불필요한 말을 걸지 않는 등의 고객 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원래 야근하는 날이면 택시를 타고 퇴근했는데 지난달부터 ‘타다’로 갈아탔다”며 “승차감과 고객 서비스 모두 택시보다 나았고 요금도 별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카카오 카풀 등 신규 산업 저지가 택시업계의 생존법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택시가 변화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번 택시업계 투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서울시내 곳곳에서 발생한 ‘시위성 승차거부’ 형태의 전면전은 택시업계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택시업계 내부에서도 ‘바뀌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역 50개 법인택시 업체가 세운 타고솔루션즈는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택시 ‘웨이고 블루’를 출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택시 기사 고령화와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개인·법인택시 기사 8만528명 중 60대 이상이 4만8857명으로 60.6%를 차지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택시 수입이 적다보니 은퇴자나 고령자의 노후대책 정도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소비자 불만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라며 “공급 감소나 세대교체 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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