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봉지라면 주춤한 사이… 라면 왕좌 넘보는 컵라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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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증가와 출생률 감소는 한국사회·경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주말을 맞아 라면을 먹는 가족은 줄고, 편의점 등에서 혼자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국내 유업계는 '하나만 잘 키우자'는 부모들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원산지·성분·열량 등을 골고루 챙긴 프리미엄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가 국내 라면업계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는 올해 들어 ‘해물안성탕면컵’ ‘양념치킨 큰사발면’(이상 농심) ‘쇠고기미역국라면’ ‘떡라면’(이상 오뚜기) ‘참참참 계란탕면’ ‘삼양라면 콰트로치즈’ ‘쯔유간장우동’(이상 삼양식품) 등 용기면(컵라면)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 한 끼 식사를 간단하게 하는 1인 가구와 10~20대를 사로잡아 침체에 빠진 국내 라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농심은 지난달 해물안성탕면컵을 출시했다. 지난 9월 봉지라면 ‘해물안성탕면’을 출시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와 혼밥족, 편의점 수 증가로 용기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10~20대가 용기면을 많이 찾아 해물안성탕면컵을 선보이게 됐다”고 16일 밝혔다. 오뚜기 역시 지난 9월 출시 후 두 달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린 ‘쇠고기미역국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쇠고기미역국라면 용기를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한발 더 나아갔다. 봉지라면이 아닌 용기면으로 참참참 계란탕면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놨다. 봉지라면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용기면도 내놓는 기존 행보와는 다른 접근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편의점 입점이 용이한 용기면을 출시해 소비자 반응을 빨리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가 용기면 출시에 힘을 쓰는 까닭은 국내 라면시장 상황이 과거에 비해 어둡기 때문이다. 국내 라면시장은 5년간 이렇다 할 성장 없이 2조원 안팎에서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라면시장 규모는 2013년 1조8830억원, 2014년 1조8500억원, 2015년 1조8800억원, 2016년 2조400억원, 2017년 1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용기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용기면 시장 규모는 2011년 5400억원에서 지난해 7900억원으로 늘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16일 “용기면 매출 비중이 2016년 26.8%, 2017년 30.8%, 올해 3분기 기준 32.8%를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2년 국내 최초 용기면인 농심 ‘육개장사발면’이 출시된 이후 또 다시 용기면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용기면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1999년 전자레인지용으로 나온 한 용기면 제품은 안전성 문제 등으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오뚜기는 모든 용기면 제품에 ‘스마트 그린컵’을 적용, 전자레인지로 데워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게 했다.

업계는 향후 용기면이 봉지라면 자리를 위협하는 것을 넘어 그 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경우 전체 라면시장에서 용기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와 혼밥족 증가 등으로 변화를 맞이한 국내 라면시장은 결국 우리보다 앞서 이런 변화를 경험한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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