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남중] 기초의원 선거제도 개편의 추억 기사의 사진
국회가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비례대표를 늘려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야3당의 단식 농성과 여론의 압박으로 이뤄낸 결과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 때문에 저항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국회를 이대로 둘 거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국회개혁의 핵심이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가장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해 온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점도 분명하다. 올해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전 의원은 “선거제 개편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수 있다”고 했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도는 고치고 싶다”고 했다. 선거제도 개혁에는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집약돼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첫발을 뗐다고 하지만 내년 1월 실제로 개혁이 이뤄질지 장담할 순 없다. 특히 민주당의 태도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항상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정작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매번 멈칫거렸기 때문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기초의회 선거구제 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미 속마음을 드러낸 적이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4인선거구를 7곳 신설하는 서울시자치구의회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부결시켰다. 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해 159개의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 중 단 7곳에서만 현행 2인선거구를 4인선거구로 바꾸자는 데도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시의원들이 1시간30분이나 단상을 점거하고, 정의당 녹색당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청석에서 목이 쉬도록 항의를 했지만 민주당 시의원들은 날치기로 방망이를 두들겼다.

당시 현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많이 놀랐다. 겨우 구의원 몇 자리를 놓고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정치개혁 명분을 내팽개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다시 보였다. 그들은 이전까지 4인선거구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얘기해 왔지만 실제 투표에선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를 바꿀 마음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 고함과 비명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시의원들 주도로 8분 만에 표결이 완료됐다. 99명의 서울시의원 중 55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찬성 53표, 반대 1표, 기권 1표였다. 의결이 끝난 뒤 만난 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4인선거구 확대에 찬성이지. 그런데 당론이 절대 안 된다는 거야. 어쩌겠어? 나도 다음에 공천 받아야 되잖아.” 당시 서울시의회의 기초의회선거구 획정 결정은 전국적인 관심사였다. 서울에서 4인선거구로 확대하는 지방의회 개혁이 시작되고 전국으로 확산될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더구나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였고, 서울시의회는 70% 이상이 민주당 차지였다. 그렇지만 그 완벽한 기회에서도 겨우 7곳에서 4인선거구를 도입하는 일조차 실패하고 말았다.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실제 추진할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당 탓을 하지만 민주당 역시 현행 선거제도에서 혜택을 누려온 기득권동맹의 한 축이다. 올해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당득표율 50.9%를 얻었지만 전체 의석 110석 중 102석을 가져갔다. 이런 유리한 상황을 그들 스스로 바꿀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노회찬 전 의원은 생전에 “선거제도 개편이 화두에 오르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고 “대의를 중시할지 정치집단의 야욕을 더 중시할지 적나라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정치권에만 맡겨놔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다.

김남중 사회2부 차장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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