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차별 경험은 나이가 적을수록 더 많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30대 10명 중 6명이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40, 50대는 절반 정도만이 같은 응답을 했다. 젊은 세대가 사회생활을 한 물리적 시간이 짧음에도 차별 경험이 더 많다고 답한 것은 현재 이들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박탈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일보가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기획하고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한국 사회의 차별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20대의 60.6%가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이 30대에서는 57.1%, 40대 54.3%, 50대 50.0%, 60대 34.1%였다. 전체적으로 49.8%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37.4%가 ‘없다’고 했다. 조사는 지난 2~3일 전화(20%)와 휴대전화(80%)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1만2644명에게 전화를 걸어 응답률 8.0%(만 19세 이상 성인 1018명)를 기록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젊은 세대 중에서도 여성이 더 많이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대 여성은 72.2%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20대 남성의 같은 답(43.2%)과 큰 차이가 났다. 30대도 여성은 61.8%, 남성은 51.0%로 성별 간 차별 경험이 달랐다.

주변 사람이 외모, 성별, 학벌, 나이, 종교 등 이유로 차별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더 많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여성은 무려 91.3%가 주변 사람의 차별 피해를 목격했다고 했다. 30대 여성도 81.6%가 같은 답변을 했다. 반면 20대 남성은 68.8%, 30대 남성은 74.5%가 주변 사람이 차별당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조사 결과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 피해 경험이 큰 집단이 20, 30대 여성임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현재 젊은 여성의 차별 감수성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별다른 차별을 겪지 않고 자라 취업 과정과 사회생활에서 남녀 간 차별을 과거보다 훨씬 더 부당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6일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차별받은 경험이 응답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차별을 당한 이유를 하나만 골라달라는 질문에 20대 여성의 55.9%가 ‘여성이라는 이유로’를 택했다. ‘학력이나 학벌 탓에 차별당했다’는 응답자는 9.9%뿐이었다. 30대 여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는 응답(39.1%)이 ‘학력이나 학벌 탓’(17.2%)보다 많았다. 반면 20대 남성은 차별 피해 이유로 ‘학력이나 학벌’(27.4%)을 ‘남성이라는 이유로’(25.1%)보다 더 많이 골랐다. 60대 이상에서는 ‘나이 탓에 차별을 당했다’는 응답(15.5%)이 ‘성별로 차별당했다’는 답(8.0%)보다 많이 나왔다.

여론조사는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각도 물었다. 난민 수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을 때 전체 응답자의 53.5%가 ‘범죄 등 부작용이 많아 반대한다’고 답했고 29.2%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59.2%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다’고 답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 탓에 범죄율이 상승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49.5%가 동의하고 38.0%는 동의하지 않았다.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태도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0대 이상은 40%대였으나 20대와 30대는 각각 67.8%와 60.6%로 더 높았다. 특히 20대 남성은 76.3%가 반대 의견을 냈다. 외국인 노동자가 끼치는 영향을 물었을 때도 20대의 절반 가까이는 ‘한국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27.0%)거나 ‘잘 모르겠다’(21.9%)며 부정적 입장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평균보다 많은 63.7%가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 탓에 범죄율이 상승한다고 했다.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현상에 젊은 세대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가정과 탈북자에 관해서는 대체로 수용하는 태도였고 세대 간 시각 차이도 크지 않았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웃이나 직장 동료에게 거부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79.9%가 ‘못 느낀다’고 답했다. 탈북자를 한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74.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본인의 자녀나 가족이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결혼하면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에는 59.5%만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문화가정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가족이나 친족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사람이 상당수 있음을 의미한다. 탈북자와의 결혼도 59.1%만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공공의창’은 국내 14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하자’는 취지로 2016년 출범했다.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모아 공익성이 높은 조사를 실시한다. 14곳이 돌아가며 매달 한 차례 ‘의뢰자 없는’ 공공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타임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국여론연구소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세종리서치 소상공인연구소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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