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1명의 물갈이 대상 의원 명단을 발표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당의 새로운 모습과 각오를 보여주려는 몸부림이다. 물갈이 대상은 소속 의원 112명의 18.8%에 해당하는 규모로, 숫자상으로는 폭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계파 간 갈등을 우려해 친박 12명, 비박 9명으로 균형을 맞추려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2016년 공천 파동, 박근혜정부 국정 실패, 분당 등의 책임을 물어 물갈이 대상을 확정했다고 한다. 한국당이 예전의 국민적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진단했다. 한국당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큰 표 차이로 참패했음에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 외에는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대규모 인적 쇄신을 통해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전주혜 조강특위 외부위원은 “인적 쇄신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몸부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물갈이 대상 면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강특위 설명이 무색하다. 21명 가운데 11명은 재판 중이다. 김무성 이군현 황영철 윤상직 정종섭 의원은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굳이 당협 위원장직을 박탈하거나 공모 배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의원들이다. 결국 순수한 의미의 물갈이는 5, 6명 선에 불과하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조강특위는 당초 ‘존재감이 약한 영남 다선’을 인적 쇄신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이 기준에 걸린 의원은 수감 중인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 단 한 명뿐이다. 쇄신이 가장 급한 대구·경북은 사실상 손을 못 댔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해서 이들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는 게 아니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가 이들을 당협위원장으로 다시 임명할 수도 있다. 예상 외로 당내 반발이 크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하나 마나한 인적 쇄신으로 한국당에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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