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성일] 더 이상 날림 대책은 안 된다 기사의 사진
지난 1월 46명이 목숨을 잃고 109명이 부상을 당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후 많은 사고가 잇따랐다. 밀양 화재에서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후 사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우신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3일 서울 용산 4층 건물 붕괴사고도 음식점이 휴업 중인 일요일에 발생했고, 9월 6일 발생한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도 아이들과 교사가 등원하기 전인 새벽에 일어나 큰 피해를 모면했다.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저유소 폭발은 도심지가 아니라 천만다행이었고, 지난 8일 KTX 강릉선 탈선 사고는 객차들이 엉겨버리는 ‘잭나이프’ 현상까지 발생했음에도 최고속도에 이르기 전이라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긴급히 폐쇄된 서울 삼성동 대종빌딩은 금년 봄 안전진단에서 위험이 전혀 없다는 의미의 A등급 평가를 받았다. 그걸 믿고 그대로 방치했더라면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최근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기둥에 발생한 부풀음 현상과 균열이 발견된 덕분에 가까스로 붕괴를 면했다. 정말 하나같이 아슬아슬하지만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끝났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하늘의 도움에만 기대어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건지 불안하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의 대처는 천편일률적이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유사 시설물을 일제조사하는 게 전부다. 간혹 시설물에 센서를 부착해 특정 문제점을 파악하는 특수대책이 사물인터넷(IoT)의 유행을 틈타 뜬금없이 모든 시설물과 도시 전역에 센서를 설치하겠다는 일반해법으로 등장하는 정도가 새로울 뿐이다. 그것을 설치하고 관리할 돈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난 6월 용산 4층 건물 붕괴 이후 서울시가 노후건물에 대해 일제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붕괴 위험이 높은 대종빌딩이 A급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건축물 안전점검 시스템에 기본적으로 탈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저곳에서 터지고 있는 열수관처럼 노후화와 부실시공 때문에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날림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프라와 건물이 빠르게 대량 건설되었다. 그 대량 생산품이 이미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중에는 부실시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고, 앞으로 이 위험은 훨씬 빠르게 증폭될 것이다.

18세기 말 미국 뉴욕은 인구가 고작 3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 이민자의 유입과 함께 폭발적으로 발전해 20세기 즈음에는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20세기 초 고속엘리베이터의 등장과 강철산업의 발달로 고층건물들이 마천루를 이뤘다.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도 도시 팽창에 따라 늘어나 1930년대에 이미 그 기본 모습이 정비됐다. 이처럼 도시는 급격하게 성장하는데, 그것은 경제가 집중적으로 발전하는 시기다. 일본 도쿄도 1964년 올림픽을 전후한 고도경제성장기에 일시에 많은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했다. 2017년 미국토목학회의 ‘인프라 평가보고서’가 미국의 인프라 평균 등급이 D+이며 이를 B등급으로 올리려면 무려 4조5900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뉴욕 기반시설은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쿄도 수도고속도로가 너덜너덜하다고 표현할 만큼 도시 노후화가 심각하다.

노후화에 날림 시공된 인프라까지 얹어서 관리해야 하는 게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위험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경북 경주 등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더 이상 임기응변식 대책으로는 이 위험을 이겨낼 수 없다. 먼저 겪은 선진국들의 경험과 정책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시스템과 예산, 인력양성, 기술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 등 모든 분야에서 거의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게 지금 이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조성일 대도시방재연구소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