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기고

[기고-백승진] 레바논, 견제와 균형의 미학

[기고-백승진] 레바논, 견제와 균형의 미학 기사의 사진
성경에 언급된 백향목을 국기(國旗)에 담아낸 나라가 레바논이다. 그리고 송중기-송혜교 커플을 탄생시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모델이 동명부대이며 레바논에서 유엔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레바논은 종종 ‘중동의 파리’로 비유되고, 수도 베이루트는 지중해의 해수욕과 산악스키를 즐길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레바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내전과 분쟁이다. 그도 그럴 것이 40년 전 내전은 레바논의 유무형적 가치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렸다. 지금도 도시 곳곳은 총알과 포탄의 흔적들로 얼룩져 있다. 영토는 우리의 수도권 크기이고 인구는 600만명 정도인데, 유엔에 따르면 심지어 4명 중 1명은 난민이다. 주변국 내전 여파로 인해 경제의 근간까지 흔들리는 나라로 변했다.

그러나 이 불안감의 실체는 다소 과장됐다. 레바논 정치는 견제와 균형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총수는 128명으로 1989년 체결된 타이프협약에 따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정확히 64석씩 배분된다. 이슬람교에 배정된 64석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한 번 더 나뉜다. 이런 균형을 추구함과 동시에 이원집정부제 하에 대통령은 기독교 종파,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에서 선출되도록 하는 힘의 견제를 헌법에 규정했다. 일종의 ‘모자이크 국가’인 셈이다. 지난 5월 근 10년 만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는 수니파와 시아파에 배분된 의석수 쟁탈전이었다. 시아파가 미세하게 우세를 보였던 선거 결과를 두고 정정 불안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우린 어떤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사법부는 사법농단 의혹 탓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국정농단 사건 이후 보수야당에 대한 지지가 추락해 입법부의 정부 견제 효과 역시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의 압승을 떠올려보면 ‘입법부의 견제 기능 약화’란 혹평도 그리 과하지는 않다. 정치권력의 견제와 균형은 유권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미시적 정치공학에서 벗어나 레바논이 추구하는 거시적 ‘견제와 균형의 미(美)’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작동돼야 하지 않을까.

백승진 유엔경제사회委 정치경제학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