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박항서 매직’은 간절한 기도로 시작됐다

선수 시절 신앙생활 시작한 박 감독, 믿음에 뿌리 둔 리더십으로 대표팀 하나로 만들며 전성기 일궈

베트남 축구 ‘박항서 매직’은 간절한 기도로 시작됐다 기사의 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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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 전역은 축제로 물들었다. 박항서(59·사진) 감독 취임 후 잇따른 승리에 대한민국 국민도 박수를 보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이날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챔피언에 올랐다. 원정으로 치른 결승 1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홈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합계 1승1무로 말레이시아를 꺾은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이 확정되자 박 감독은 ‘어퍼컷 세리머니’로 감격을 표현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부둥켜안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안경을 고쳐 썼다. 잠시 후 혼자 벤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TV로 생중계되며 전 세계인에게 각인됐다.

네티즌들은 박 감독의 기도하는 모습에 “정말 멋진 승부였고, 감독님 기도하시는 모습 봤어요” “믿음의 참모습을 보여주셨네요” “신실한 교인이셨군요. God bless him!” “아멘입니다. 기도하는 모습이 정말 뭉클하던데요. 진실과 열정은 통합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히딩크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믿음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동료 박성화 선수와 함께였다. 집사 직분도 받았다. 경남FC 감독 때는 경남 함안의 가나안교회에 출석했다. 이 교회 이종훈 목사는 “당시 박 감독은 선수 10여명과 함께 교회에 출석했다. 말씀을 듣고 함께 팀 승리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원정경기 땐 2∼3시간 전에 휴대전화로 교인들에게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이 목사는 전했다.

박 감독 부부는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는 말씀을 즐겨 외운다. 하나님이 늘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부부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박 감독이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결승전에서 패배해 아쉬워하는 베트남 선수들에게 “당당히 고개를 들어라”고 격려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박항서식 부드러운 리더십’은 베트남을 열광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박 감독은 기도하는 신앙인답게 언제나 선수들과 스킨십을 나누고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내 최상아 권사는 남편의 이런 열정과 신앙심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베트남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이 먹으니 불러 주는 곳이 없었다. 그때 연락 온 곳이 베트남이다. 처음 베트남에 올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뛰고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는 계속된다. 축구가 성장하려면 유소년 축구가 발전해야 한다. 교회, 기업 등이 어린 축구선수들을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도로 시작한 일은 오래지 않아 열매를 맺게 된다는 진리를 그가 보여줬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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