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17일 법정 증언은 충격이다.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상습 폭행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 피해자로 나온 심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겪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고 전했다. 이어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강도가 심해졌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20일 남겨둔 때는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맞았다”고 했다.

심 선수가 누군가. 중학교 시절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2년 이후 출전한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선수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계주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런 세계적 선수도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무차별적으로 코치로부터 폭행당했다는 것이다.

빙상계에서는 ‘그래도 심석희니까 기자회견도 하고 가해자가 처벌도 받는다’고 한다. 이보다 훨씬 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심 선수 사건의 경우도 지난 1월 16일 훈련 중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당한 심 선수가 진천선수촌을 나간 사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대통령의 방문이 없었다면 사건 자체가 묻히고 도리어 심 선수가 처벌받을 수 있었다. ‘코치-선수’라는 기울어진 권력관계에서 비롯되는 폭력과 부조리는 빙상계만의 일이 아니다. 체육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

심 선수 사건이 체육계 폭력의 악순환을 단호하게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 조 전 코치의 1심 선고 후 발언을 보면 ‘선수 잘되라고 때렸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면 빙상연맹이 동정론을 펴며 조 전 코치를 복권시키자고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조 전 코치가 체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단호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선수들이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져도 고발하지 않을 것이다. ‘침묵의 카르텔’이 더욱 굳어질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이후 사건 처리를 감독해야 한다. 지금 관리단체 상태인 빙상연맹도 과거와 단절하는 변화를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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