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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씨 동료들 출근 때마다 “나도 죽기 싫다” 불안감

사고 원인 규명도 안됐는데 1~8호기는 여전히 가동중… 불안·긴장으로 2차 사고 우려

김용균씨 동료들 출근 때마다 “나도 죽기 싫다” 불안감 기사의 사진
민주노총 소속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를 추모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가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에서 사고로 숨진 뒤에도 동일한 업무가 이뤄지는 1~8호기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어 유족과 노동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에게 불안 증세와 이에 따른 긴장으로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인의 동료들을 위한 심리치료도 사고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당에서 이뤄져 일부 동료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태안화력 발전소 비정규직 A씨는 18일 “1~8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해야 한다”며 “사고가 난 9, 10호기와 얼마 떨어지지도 않고 똑같은 일을 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나도 저 꼴 나는 거 아닌가’ 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도 17일 기자회견에서 “태안화력 1~8호기에서는 아직도 노동자를 잡아먹는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다”며 “아들은 9, 10호기에서 일하다 변을 당했지만 1~8호기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왜 9, 10호기만 멈췄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고인의 동료인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김경래씨도 “요즘 저희 직원들은 통근버스에서 회사 가기 싫다고, 무섭다고, 죽기 싫다고 한다”며 “어느 노동자가 출근하면서 그런 걱정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될 때까지 만이라도 1~8호기의 가동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번 사고는 기계 결함이 아니라 업무 자체의 위험성에 따른 것이므로 업무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며 “같은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불안 증세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질병으로 악화되거나 사고 이후의 긴장으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류현철 직업환경의학과장은 “PTSD는 아니더라도 동일·유사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심리적 불안에 노출돼 노동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이번 사고는 일상적 안전점검을 하고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안전보장 조치 없이 동일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이번 사고는 단순 안전설비 사고가 아닌 시스템과 경영 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서부발전에 있는 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 도려내지 않으면 또 문제가 발생한다. 서부화력발전 1~8호기를 모두 멈춰야 한다는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 동료들 사이에선 트라우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심리치료를 시작했는데 강당에 단체로 몰아넣고 강연 같은 것을 한다”며 “강당이 사고 난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서 지나칠 때마다 자꾸 생각이 난다. 장소라도 좀 떨어진 곳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민주노총 소속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는 내가 김용균”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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