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인더스트리 4.0을 향해 기사의 사진
한국은 1960~80년대 제조업을 기반으로 놀라운 경제발전을 일구었다. 1990~2000년대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 다시 한번 퀀텀 점프를 해냈다. 제조업 기술력과 IT 인프라는 아직도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성장엔진으로는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각종 규제로 신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2010년 세계 제조업 경쟁력지수 순위가 8위로 떨어지자 큰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국가 전략을 발표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인더스트리 4.0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독일의 전통적 강점인 제조업 분야에 접목시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독일은 3년 만에 세계 제조업 경쟁력 순위를 2위로 끌어올리고 일자리는 7년 만에 350만개 늘었다.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제조업 혁신 사례다. 이스라엘을 ‘창업왕국’으로 만든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도 “한국 기업들의 제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이 높은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다른 나라와 차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도 최근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국가경제 발전 로드맵으로 4.0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게선 큰 틀의 청사진을 담은 4.0 국가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은 미미하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역시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는 제조업 고도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추진해 왔지만 현장에선 아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각자 미래 먹거리를 찾아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한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높은 제조업 기술과 탄탄한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5세대 통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을 잘 접목하면 재도약 가능성은 충분하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라도 민관이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혁신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 프로젝트 ‘한국 인더스트리 4.0’ 과제를 검토해야 한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는 같은 날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업종은 적기에 대규모 투자와 차세대 기술 선점으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고 섬유·가전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첨단 스마트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방향은 맞지만 원론적 수준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 주도보다 정부가 큰 틀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민간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조업 혁신 전략 중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도전적 기업가정신 복원 방안’이 눈에 띈다. 기업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할 수 있게 내년 1월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령이 발효되는 대로 대대적인 실증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산업계의 애로를 경청하는 것이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을 보좌하는 이영진 수석코치는 “주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박 감독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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