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종수] 박항서의 민간외교 기사의 사진
베트남전에 한국은 1964년 9월부터 73년 3월까지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미국(55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처음에는 비전투부대를 파병했으나 지상전이 가열되던 65년부터 맹호부대 청룡부대 백마부대로 불리는 전투부대를 보내 남베트남을 도왔다. 수도사단, 제2해병여단, 제9사단 등이 순차적으로 투입됐다.

하지만 베트콩들은 체구가 큰 미군들은 다니기 어려운 낮고 좁은 대규모 터널로 이동하거나 정글에 매복하는 게릴라 전술로 장기전을 벌였다. 60년에서 75년까지 이어졌던 전쟁에서 결국 미국이 졌고 베트남은 공산화 됐다. 닉슨 대통령이 미국내 반전 여론에 따라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인이 수행하게 한다”며 철군을 발표한 뒤 미군과 한국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했다. 한국군은 1만6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도 컸다. 일례로 68년 3월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하미마을 학살의 경우 희생된 135명 가운데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한-베트남 문화교류 행사 영상축사를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간접 사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베트남을 방문,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스즈키컵 대회에서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제 조국인 한국도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역대 대통령들의 사과보다 더 울림이 컸다. 베트남 국민들은 거리에서 베트남전 때 베트콩이 들고 다녔던 금성홍기를 태극기와 함께 들고 다녔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박 감독은 우승 직후 감사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데 이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베트남 국민들의 찬사를 조국에 돌렸다. 어떤 외교관도 하지 못한 큰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 외교에 큰 획을 그은 것이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경제 교류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전쟁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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