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총재는 “반도체가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할지 자신할 수 없다.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은 총재는 입이 무거워야 하는 자리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이 총재도 입이 무거운 데 관한 한 예외가 아니다. 이 정도 발언이면 매우 ‘진솔하게’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험이 심대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조차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는 쓴소리도 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카카오택시와 카풀제를 둘러싼 논란을 꼽았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의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해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2년 연속 큰 폭으로 올린 것이 고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주지만 정부에서 적극적 보완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한 것과는 톤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언급하며 부작용을 공식 시인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재정과 각종 법적 수단을 가진 정부 경제정책과 큰 틀에서 보조를 맞춰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이것이 한은은 정부 정책에 순응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국민에게 알림은 물론 정부 경제정책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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