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원이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 강원도 강릉의 펜션에서 고3 학생 10명이 잠을 자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 3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중태에 빠졌다. 원인은 가스보일러로 추정되고 있다. 보일러 몸체와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유독가스가 방에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새벽까지 즐겁게 놀다가 잠이 든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럴 때 경고음을 울려줄 가스경보기가 있었다면 무색무취한 일산화탄소의 엄습을 사전에 알고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과 1만5000원짜리 경보기를 이 펜션은 설치하지 않았다. 그것을 설치해야 한다는 안전규정을 정부는 만들어두지 않았다. 강릉시장은 “그동안 펜션은 위생검사 위주로 점검이 이뤄져왔다. 난방안전은 점검 항목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인재(人災)이고, 또 안전불감증이며, 또 아이들이 희생됐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가정에서 연탄난방을 하던 1970~80년대 만연한 사고였다. 난방 기술이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용어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되살아났다. 그것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업소에서 어린 학생들을 희생양 삼아 등장했다. 우리가 아이들을 잃은 것은 기술과 소득이 향상됐지만 그에 걸맞은 안전의식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방장치는 보일러로 바뀌었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손길은 여전히 연탄 때던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비정상적 연통 접합 상태를 아무도 챙겨보지 않았고, 그런 무관심을 보완해줄 경보장치도 갖춰놓지 않았으며, 그런 대비를 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법규도 미리 마련하지 못했다. 기민해진 것은 뒷북치며 사고 현장에 달려가는 장관의 발걸음과 미리 준비라도 해놓은 듯 매번 거창하게 발표하는 당국의 안전대책뿐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벌써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숱하게 발생한 안전사고와 재발한 유사사고의 경험은 그 대책이 결코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리란 것을 말해준다. 안전한 사회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의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비로소 구현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그 시기를 앞당기는 데 유용할 뿐 안전사회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일상에서, 일터에서, 대중교통에서, 여행지에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내 일처럼 나서는 예민함이 필요하다. 안전의식 수준이 연탄아궁이에 머물러 있는 사회에서 이런 사고는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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