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원기] 기후변화 대응 정책, 더 중요해졌다 기사의 사진
지난 14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중요한 합의가 이뤄졌다.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197개 참가국들이 2020년 출범 예정인 신기후체제의 운영방안(rulebook) 합의를 극적으로 도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15년 타결된 파리 기후협정에 기반한 신기후체제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2016년 개시된 파리협정 이행방안 마련 협상은 지난 3년간 지속됐으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커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마당에 기후변화 협상을 주도할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선진국들에 맞서 개도국 입장을 강하게 옹호해 선진-개도국 간 대립이 한층 격화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의장국인 폴란드는 전력 생산의 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고, 이번 회의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의장국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기대도 낮았다. 특히 폴란드는 회의 장소로 석탄산업의 중심지인 카토비체를 선택, 2주 회의 기간 내내 참가자들은 겨울철 난방으로 인한 뿌연 연기와 매캐한 석탄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다양한 제약 요인들에도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 운영방안이 도출될 수 있었던 것은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이 핵심 사안을 타협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요구해 왔던 개도국과 선진국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가에 공통 적용되는 단일 운영규칙 마련에 중국 등 개도국들이 막판에 동의했다. 선진국도 개도국들의 양보에 응답해 개도국들의 요구인 기후재정 확대에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국제 탄소시장에 관한 운영규칙 등 각론 분야에서 몇 가지 합의를 못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신기후체제의 기본 운영 원칙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기 때문에 파리협정에 기초한 신기후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국제사회의 대세가 된 것이다.

독일 영국 일본 등 다수 선진국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들도 향후 개도국의 재정지원 확대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후 재원이 대폭 활성화되고, 확대된 기후재원을 기반으로 국제 기후변화 협력 또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사무국을 유치한 파리협정의 핵심 재정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또한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향후 GCF를 중심으로 한 기후재원 조성은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이 5년 주기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감축 목표 상향을 통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자발적으로 하지만 강력한 검증체계를 통해 국가별 기후변화 행동 계획을 5년마다 검증하고, 감축 목표를 점차적으로 상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감축 목표 상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와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향후 착실한 기후변화 대응 국내 정책이 긴요한 이유다.

이번에 우리 대표단은 과거 어느 회의에서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했다. 향후 기후재원 조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GCF의 정식 이사국으로 선출되는 쾌거를 이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을 조율하고 대안을 제시해 총회 결정문에 반영하는 등 합의안 도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북한 대표단 3명도 참가했다. 짧은 대화에서 북한 대표는 필자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도 할 바를 다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산림복구 노력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향후 기후변화 대응을 매개로 남북 간에도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센터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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