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부활한 ‘서별관·녹실회의’ 기사의 사진
지난 10일 취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비공식 협의 내지 대화 채널의 보강이다. 먼저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간 금요 회동이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매주 금요일 점심을 함께하며 비공식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관치의 온상’으로 비판받아 2016년 6월 이후 사라졌던 이른바 ‘서별관회의’도 복원됐다. 비공식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 성격인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일반문인 연풍문 근처에 있는 서별관에서 열린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관련 부처 장관은 물론 한국은행 총재까지 참석했었다. 한국경제의 향방을 가르는 거시경제 방침, 부실 대기업과 은행의 운명을 좌우하는 많은 결정들이 이 회의에서 내려졌다. 그러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폭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기재부는 부활한 서별관회의의 명칭을 경제현안조율회의로 했다. 한은 총재는 참석하지 않는다.

홍 부총리는 “경제현안조율회의 개최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 개최했으면 했다고 공개하겠다”고 했다. 19일 첫 회의에는 고용노동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정무수석, 일자리수석이 참여했다.

홍 부총리는 ‘녹실(綠室)회의’도 되살렸다. 녹실회의는 1960년대 경제부총리가 관계 부처 장관들을 수시로 소집해 경제 현안을 비공식적으로 조율하던 모임이다. 회의 장소인 부총리 집무실 옆 소회의실의 카펫과 가구 색상이 녹색이어서 녹실회의라는 별칭이 붙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참석하지 않는 게 서별관회의와 다른 점이다.

이처럼 비공식 협의 채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정책 조정을 오래 한 홍 부총리의 체험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장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정책 조율의 효과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공식 회의는 여러 번 해도 각 부처가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해 결론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는데, 홍 부총리는 이를 실효성 있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로 비공식 협의 채널을 적극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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