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기사, 하루 11시간 한 달 25.6일 일해도 사납금 떼면 150만원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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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를 모는 택시기사의 삶은 고되다. 매일 12시간 가까이 운전대를 잡는다. 근무시간은 개인 택시기사와 비슷하다. 대신 쉬는 날이 없다. 주5일 근로시대에도 주6일 일한다. 국토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17명의 개인·법인 택시기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법인 택시기사는 월평균 25.6일 근무했다. 시간으로 치면 매월 평균 284.9시간을 일한 셈이다. 개인 택시기사가 월평균 19.0일만 근무한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더 많이 일하지만 법인 택시기사는 개인 택시기사보다 적게 번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만든 장본인으로 ‘사납금(社納金) 제도’가 꼽힌다. 사납금이란 택시회사가 차량 대여나 관리비 명목으로 택시기사에게서 떼어 가는 돈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택시기사 노동실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법인 택시의 경우 하루 평균 13만3500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낸다. 그 이상 벌지 않으면 일을 해도 손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일 “법인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내고 나면 월 150만원 정도만 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정상 구조를 고치겠다며 여당이 제시한 카드는 ‘월급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4일 당정협의를 갖고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전면시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 경비(주유비, 세차비, 차량 수리비, 사고 처리비 등)를 택시기사에게서 징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월급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관건은 월급제의 실현 가능성이다. 이미 법적으로만 보면 택시 월급제는 명문화돼 있다. 1997년부터 시행한 ‘전액관리제’가 주인공이다. 이 제도를 따르면 택시기사가 번 돈을 모두 회사에 낸다. 대신 월급을 받는다. 사납금제의 병폐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 조항은 사문화된 상태다. 대법원은 2004년 ‘사납금은 노사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월급제를 강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박 의원이 발의한 법이 통과돼도 택시회사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월급제 도입과 함께 거론되는 법인 택시기사의 근로시간 합리화 역시 뜨거운 감자다. 현재 법인 택시기사는 몇 시간을 운전하든 5시간만 근로했다고 인정받는다. 이걸 바로잡기 위해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법인 택시에 운행기록장치를 달아 실제 근로시간을 측정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회사는 운행시간만큼 시급을 줘야 한다. 법인 택시기사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기 때문에 내년 기준으로 시간당 8350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여당은 근로시간 합리화만으로도 법인 택시기사의 월급이 늘 것으로 본다. 매월 평균 근로시간(284.9시간)에 최저임금을 대입하면 월 237만8915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실의 관계자는 “현재 5시간만 인정되는 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치환하면 수입이 더 많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이 불거질 수 있다. 최저임금법은 매월 209시간 일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그래서 내년 최저임금도 월급 기준으로 174만5150원이다. 이보다 더 많이 받도록 기준을 만들면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근로시간이 사납금처럼 노사 합의사항이라는 점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인택시의 월급제를 둘러싼 ‘고차 방정식’을 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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