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장지영]  한국 성평등 115위 vs 10위 기사의 사진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이 149개국 가운데 115위에 랭크됐다. 관련 기사에는 예상대로 “납득할 수 없다”는 분노 어린 남성들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와 관련해 빠짐없이 언급되는 것이 지난 9월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18 인간 개발 보고서’ 중 성 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이 성평등 10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수년째 두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에선 극단적인 순위 차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성 격차 지수와 성 불평등 지수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초점을 둔 통계가 다른데서 비롯된다. UNDP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성 불평등 지수는 생식 건강, 여성 권한, 노동 참여의 3개 부문에서 측정된다. 세부적으로는 각각 모성 사망률·청소년 출산율, 여성의원 비율·중등 이상 교육받은 여성 인구,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등 5개 지표로 측정된다.

이에 비해 WEF의 성 격차 지수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관련해 남녀 격차를 살핀 선진국형 지수다. 경제 참여 및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의 4개 부문에서 14개의 지표가 이용된다. 노동 참여율·동일직종 임금성비·추정소득·전문직 및 기술직·입법자 및 상급자, 문해율·초등교육·중등교육·3차 교육(대학 및 직업교육), 출생성비·기대수명, 국회의원·각료·국가수장 재임기간 등의 지표에서 남성을 1로 했을 때 여성의 비율을 따진다. 또한 이들 지표마다 각각 다양한 종류의 관련 통계를 반영한다.

UNDP의 성 불평등 지수는 WEF의 성 격차 지수와 비교해 성비, 임금격차, 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표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성차별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지표 중 모성 사망률이나 청소년 출산율은 여성에게만 해당돼 성불평등과의 연관성도 낮다. 하지만 한국이 두 지표에서 최상위권인 덕분에 성 불평등 지수 전체 순위가 10위까지 올라갔다.

반면 WFF의 성 격차 지수는 국가별 발전 상황과 상관없이 한 국가 안에서 남녀의 상대적 격차를 기준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교육적 성취가 100위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교육 분야가 상향 평준화된 데다 최상위의 문해율·초등교육·중등교육과 달리 3차 교육(대학 및 직업교육)에서 유난히 낮은 랭크에 위치해서다. 2010년대 들어 한국에서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초월했다고는 하지만 3차 교육 분야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만이 아니라 수학·과학기술 분야의 전공률, 석사 및 박사 학위 취득률 등 다양한 통계 자료를 반영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변별력이 높은 경제 참여 및 기회, 정치적 권한 부문에서 남녀 격차가 유난히 큰 것이 문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에서도 똑같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경제 관련 지표에서 여성의 수입은 2만4054달러로 남성(5만2590달러)의 절반이 채 안되며,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3.2%에 그친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여성 상급자 비율은 12.3%에 불과하다. 또 정치 관련 지표에서 여성 의원과 각료의 비율은 17.0%와 9.1%로 매우 낮다.

결론적으로 UNDP와 WEF의 지표 모두 한국은 보건과 교육(3차 교육 제외)에선 성별 격차가 미미하지만 정치·경제 영역에서 성불평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이 UNDP 지표에서 22위지만 WEF 지표에선 110위인 것도 한국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남미 국가들은 WEF 지표에서 한국보다 상위에 있는데, 일찍부터 여성 의원 후보 공천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멕시코 쿠바 볼리비아는 여성 의원 비율이 50%가 넘어섰다. 한국이 실질적인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앞으로 법률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지영 국제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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