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AI 닥터, 심정지 미리 알아내고 환자에게 최적의 항생제 추천” 기사의 사진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응급실내에 별도로 마련된 신속대응팀이 벽에 설치된 9개의 모니터를 통해 입원 환자 가운데 집중관리 대상의 심장박동 리듬과 활력징후를 체크하고 있다. 이들 환자의 혈압과 호흡수, 맥박, 체온 등을 자동 인식한 AI 시스템 ‘이지스’는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예측해 0~100점으로 나타내주고 일정 수준 이상이면 신속대응팀에게 알람해 준다. 인천=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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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메디플렉스 세종병원
290만여개 데이터로 딥러닝한 ‘이지스’로 심정지 위험환자 찾아
고려대의료원, 항생제 추천 AI
내년 2월말 상용 서비스 시작, 호흡기 등 감염병 200종에 대응
머잖아 의료 AI가 의사 대체? “아직은 의사 보조 수단일 뿐”


인공지능(AI)이 의료계에서 점차 발을 넓히고 있다. 2016년 IBM의 암 치료용 AI솔루션 ‘왓슨(Watson for oncology)’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각종 영상진단과 심장정지 예측, 맞춤형 항생제 추천 및 내성 문제 해결까지 활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AI닥터’에 의한 의료 패러다임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심장 언제 멈출지 AI가 미리 안다

뇌경색으로 최근 인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신경외과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70대 남성 A씨는 화장실에 갔다 병상으로 돌아오던 중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꼈다. 당직 의사는 일시적 저혈압 증상으로 판단하고 수액 투여만 할 예정이었다.

그때 이 병원 중환자실 한켠에 마련된 신속대응팀 전자의무기록(EMR)컴퓨터 화면의 환자 목록 창에 ‘알람(Alarm)’이 깜빡였다. 입원 때부터 A씨의 혈압과 맥박, 호흡수, 체온 등 활력징후를 자동 인식하고 있던 AI시스템 ‘이지스(AEGIS)’가 그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자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94점으로 예측했다. 그 전까지 0점이었던 A씨의 심정지 위험이 갑자기 최고단계(100점) 가까이 치솟자 신속대응팀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신속대응팀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는 즉시 신경외과병동으로 달려가 응급 검진에 나섰고 당직 의사 및 주치의와 상의 후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중환자실 이송 뒤 이지스가 예측한 심정지 위험도를 고려해 의료진은 모든 시술 및 약제를 환자 주변에 준비해 뒀다.

그리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A씨의 심장이 갑자기 멈췄다. 의료진은 신속히 심폐소생술(CPR)과 약물 치료에 들어갔고 2분 만에 다시 심장박동이 돌아왔다. 심정지 상황을 미리 간파한 AI 시스템과 의료진의 신속대응 덕분에 A씨는 생명을 잃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것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과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혜원의료재단은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심정지 위험 환자를 찾아내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AI기반 의료데이터 분석기업인 뷰노와 2년간의 공동 연구로 이지스를 개발했다. 이지스는 병원이 자체 보유한 5만6000여명의 심장 관련 데이터 약 290만개로 기계학습(딥러닝)한 AI 알고리즘이다.

환자가 입원하면 몸에 붙인 장비를 통해 4가지 활력징후가 실시간 입력되고 이를 이지스가 분석해 심정지 발생 위험도(RRT)를 0~100점으로 모니터에 나타내 준다. 응급실 환자는 1시간마다, 일반병실 환자는 4~6시간 마다 표시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은 별도 공간에서 이지스와 EMR을 살피며 심정지 발생 위험 환자를 모니터링한다.

신속대응팀 임수현 간호사는 24일 “RRT가 70점 이상이면 집중관리 대상으로 예의주시하고 이지스에 의해 심정지 위험 알람이 뜬 환자는 즉시 출동해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지스는 미국이나 국내 다른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기존 환자위험포착시스템(MEWS)에 비해 정확도가 더 높게 나왔고, 이와 관련한 연구논문이 최근 미국심장협회지(JAHA)에 발표됐다.

연구를 주도한 권준명 응급의학과장은 “50% 이상의 병원 내 심정지 환자를 14시간 이전에 찾아냈고 기존 방법에 비해 민감도(진짜를 진짜로 판정 확률)는 24% 더 높고, 거짓 경보(false alarm)는 40% 가량 줄어든 걸로 나왔다”고 확인했다.

병원 측은 국내 대학병원의 일반병실 및 중환자실 입원 환자 대상으로도 이지스 시스템의 효과성 검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3월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AI기반 의료기기 인·허가 신청도 할 예정이다. 권 과장은 “향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내년에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디바이스에 탑재해 입원 환자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나아가 퇴원한 환자들이 일상생활하면서도 심정지 위험 예측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슈퍼박테리아 출현 막는다

당뇨·고혈압과 목신경 손상으로 오랫동안 집에서 누워 지내 온 B씨(33)는 최근 요로감염증으로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병동에 입원했다. 그는 1년 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치료받은 적 있었다.

병원은 입원 당일 인공지능 프로그램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Aibril Antibiotics Advisor·3A)’를 이용해 B씨에게 흔히 검출될 수 있는 감염균이 대장균과 폐렴간균임을 알아냈 다. 요로감염에는 일반적으로 씨프로플록산이란 항생제가 쓰이지만 이전에 요로감염 치료 경력이 있어 이 항생제에 내성균일 수 있다는 3A의 판단과 추천에 따라 의료진은 3세대 항생제(세파 계열)를 처방키로 결정했다. 입원 3일째 소변검사 결과 실제 3A의 판단대로 씨프로플록사신에 내성이 생긴 대장균이 감염 원인으로 확인됐다. AI가 B씨에게 꼭 맞는 항생제를 추천해 의사의 올바른 처방을 도운 것이다.

3A는 고려대의료원이 SK㈜C&C와 2016년 5월부터 1년 6개월여에 걸쳐 개발한 맞춤형 항생제 추천 AI 프로그램이다. 의료원은 지난달부터 안암병원 감염내과 병동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는 “지금까지 입원 환자 150여명에게 시범 적용한 결과 전반적으로 평이 좋게 나왔다”면서 “특히 환자들을 많이 접하는 전공의들은 무슨 항생제를 써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AI가 항생제 추천과 근거까지 제시해 줘 신기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말 쯤 입원 및 외래 환자 대상으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3A는 국내 항생제 가이드라인, 각종 논문, 병원별 임상치료 사례, 약품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 ‘에이브릴’을 통해 환자에 맞는 최적의 항생제를 의료진에게 추천한다. 호흡기, 소화기, 복강내, 요로, 피부, 중추신경 등의 감염병 200여종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의사가 3A프로그램에 접속하면 연계된 병원정보시스템에 입력된 환자 증상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3A 항생제 추천 창이 뜨고 ‘우선 추천(preferred)’과 ‘대체 가능(alternative)’ 약물을 나열해 보여준다. 아울러 처방법과 주기, 추천 근거도 제공한다. 항생제 처방시 부작용·주의사항,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도 검색 가능하도록 돼 있어 처방의 신뢰도를 높인다.

손 교수는 “항생제 내성 통계 분석을 통해 병원·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항생제 추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면서 “그간 외국 논문, 가이드라인에 의존한 형태에서 벗어난 ‘한국형 항생제 치료 가이드라인’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아가 항생제 오남용 문제와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출현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I기반 의료기기 허가 3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허가받은 AI기반 의료기기는 3건이며 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AI닥터 관련 특허출원도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질병의 영상진단 분야에 쏠려있다.

일각에선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그렇지만 AI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의사와 환자·가족이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보조 수단일 뿐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준범 한국의료인공지능학회 회장은 최근 대한영상의학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심포지엄에서 “현 추세라면 10년 안에 다양한 AI기술이 진료 현장에 사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AI의 발전이 의료인의 일자리를 밀어내는 게 아닌 보완적 요소로 존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료AI를 진료 현장에 적용하려면 임상 검증을 활성화하고 의사가 개발부터 적용까지 참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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