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동엽] 크리스마스 리더십 기사의 사진
서구 최대 절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모든 문화권에는 다양한 절기가 있다. 우리 전통문화도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기념한다. 절기는 시간을 마디로 나누는 기준이다. 절기뿐 아니라 연도나 월, 주 등 인간은 연속적인 시간을 다양한 마디로 나누어 사고하고 행동한다. 정부나 기업도 회계연도나 분기 등의 시간 마디로 구분되어 경영된다. 절기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한 지혜다. 신과 달리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며 수많은 잘못된 선택을 한다. 가장 지혜로웠다던 솔로몬 왕도 자신의 일생에 대해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고 고백했듯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생을 되돌아보면 잘못된 선택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그 순간에 한정되지 않고 그다음 선택의 제약조건으로 작용해서 또 다른 잘못된 선택을 낳고 결국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파국을 맞게 된다. 절기나 회계연도 같은 시간의 마디는 이런 과거의 족쇄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의 리셋 장치다. 새 마디를 시작할 때마다 과거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하루라는 시간의 마디 덕분에 개인은 매일 아침 새날을 향한 희망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환경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완전성을 고려하면 경영에서 잘못된 선택은 병가지상사다. 관건은 과거 선택에 발목 잡히지 않고 떨치고 일어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그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분기나 회계연도 등 시간의 마디다. 시간의 마디 덕분에 한 해 사업을 잘못했더라도 그다음 해에 잘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키에 비해 굵기가 가는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랄 수 있는 비결도 바로 마디들이다.

다양한 절기는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추석이나 추수감사절 등 가을 절기의 의미는 감사다. 크리스마스의 핵심은 무엇일까. 성서를 보면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다. 기독교에서 죄라고 부르는 과거의 잘못들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서 희망이 없던 인류에게 미래의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죄를 대신 해결해 줄 신의 아들이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 성서의 설명이다.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회개도 과거 잘못에 대한 후회나 책망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향해 방향을 전환한다는 의미다. 즉 크리스마스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핵심인 절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필자는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과거지향적 적폐청산에서 벗어나 미래의 희망으로 초점을 옮겼으면 한다. 적폐청산은 과거 전체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시한 섬뜩한 당파적 구호라서 후보 시절 신선하고 순수했던 문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화두였다. 그러나 말이 사람을 만들 듯이 취임 2년 동안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워 반복적으로 외친 결과 어느새 문 대통령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는 퇴색되어 버렸다. 훗날 역사에서 문 대통령 집권기를 평가할 때 지난 2년간에 대해서는 과거에 함몰되었던 시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마스는 과거 잘못의 완전한 청산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며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완전한 과거 청산은 역사에 맡기고 각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겸손하게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미래의 희망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인종차별의 최대 피해자였던 넬슨 만델라가 과거에 대한 보복을 일체 포기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에 몰두한 것은 참으로 크리스마스적 리더십이다. 과거를 청산한다고 새로운 미래가 창출되지는 않는다. 리더는 절기가 주는 소중한 메시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정치인이나 기업가 할 것 없이 과거가 아닌 미래의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임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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