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지역 리포트] 근대건축의 요람… 대전의 역사·문화 한눈에 본다 기사의 사진
대전 동구 소제동에 위치한 철도관사촌은 1920, 30년대 일본의 철도기술자들이 거주하던 마을이다. 나무전봇대와 세모꼴 지붕의 관사, 나무를 덧댄 벽체 등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덕분에 고풍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도보여행 코스로 익히 알려져 있다. 소제동 철도관사촌과 인근 골목들의 모습을 드론으로 공중에서 촬영했다. 대전=윤성호 기자
대전은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 경부철도 부설과 함께 급격히 발전한 도시다. 교통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대전은 이 시기 다양한 건축물이 세워지며 근대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일부 상징적인 건축물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과거의 기억을 잇고 있다.

도시로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지 110여년 만에 대전시는 ‘2019 대전방문의 해’를 맞는다. 시는 그동안 준비해 온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도심 곳곳에 위치한 근대건축물과 관련된 콘텐츠는 비장의 무기 중 하나다. 도보 코스를 정비하고 시설을 보수하는 등 근대건축물들은 손님을 맞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원도심 관련 킬러콘텐츠는 도보여행이다. 유명 근대건축물을 묶어 대전 원도심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는 근대도시 대전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총연장 5.17㎞에 달하는 보행 네트워크는 대전역~목척교~구충남도청관사~대전여중~대전역을 연결해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건축물들은 대전 근대문화의 정수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산업은행과 옛대전부청사, 옛충남도청, 옛조흥은행 등을 거치게 된다. 일부 건축물은 현재도 여전히 이용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현명한 공존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80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킨 옛충남도청 본관은 대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1932년 지어진 이 건물은 건축 당시 2층의 벽돌조 건물이었다. 알파벳 ‘E’자 형태로 갈색 스크래치 타일로 마감돼 유행을 따라갔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 정부청사로도 사용된 이곳은 1960년쯤 다시 모임지붕 형태로 3층 부분을 증축,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옛충남도청사는 현재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근대문화 탐방로와 연계되는 ‘테미오래’는 대전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테미오래가 조성된 ‘테미’ 지역은 옛충남도지사공관 등 관사 10개동이 밀집한 관사촌과 테미창작촌, 테미공원 등이 있어 역사·문화·자연환경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명소다. 시설 보수공사 마무리 단계인 테미오래는 근대건축전시관과 작은도서관, 시민·작가 공방, 레지던스 및 청년 공유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외부 개방은 1월부터지만 프로그램은 4월 초 ‘테미벚꽃축제’와 연계 실시되는 개관식부터 운영된다.

근대건축물보다 유명하진 않지만 오래된 정취를 내뿜는 골목도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도보여행 코스로 익히 알려진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1920, 1930년대 일본인 철도기술자들이 거주하던 마을이다. 나무전봇대, 세모꼴 지붕, 나무를 덧댄 벽체 등 과거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을 법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소제동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42호 관사, 현재 ‘소제창작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킨 이곳은 ‘포토 스팟’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목척교 너머의 목척시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도보투어 코스다. 목척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2층 건물은 일본 마치야(町家)형 가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1950, 1960년대에 지어졌다. 골목 자체가 매우 낡아 공공기관으로 사용된 건축물을 볼 때보다 오히려 과거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만 워낙 노후된 지역이어서 정비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근대유산이라는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춘 만큼 대전시는 원도심에 보다 명료한 색을 입히기 위해 콘텐츠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다양한 스토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시는 도보 코스에서 근대문화 유적을 둘러보고, 코스 인근에서 문화공연·전시 등을 관람하는 등 원도심과 문화를 연계하는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지역 문화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는 이유다.

지금의 모습을 앞으로도 유지하려면 민간영역과의 공존은 필수다. 공공기관이 소유하지 않은 건축물과 골목길 인근 주택 등은 기업·개인 소유이기에 사유재산 침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일정기간 오픈하우스 형식으로 건축물을 일반에 개방해 실내를 관람토록 하고, 여유 공간에는 파티·소규모 공연을 개최해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다.

안준호 대전시 학예연구사는 “사유재산으로 등록된 근대건축물일지라도 건물 원형을 깨끗이 보존하면서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건물주들의 협조를 받아 일정 기간 건물을 공개하고, 실내를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활용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건축물의 면면을 기록하는 작업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전통건축물과 달리 근대건축물은 해체 및 재조립이 불가능해 영구 보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등록문화재의 경우 소유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철거가 가능해 이를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이 필수다. 현재 대전시가 근대건축물 보존작업과 함께 기록화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안 학예사는 “근대건축물은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렵다”며 “현재 대전시는 근대건축물에 대한 보존작업과 함께 기록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내년에 대전방문의 해를 맞이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소가 없으면 기억도 소멸한다. 도시는 그 장소가 대부분 건축물”이라며 “근대도시로서 대전의 정체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근대건축물의 활용방안을 찾고 기록화 작업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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