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법] 택시와 카풀의 공존을 기사의 사진
변호사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사법연수원 다닐 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것이다. 하나는 ‘불변기간의 도과’이다. 쉽게 말하면 상소제기 기간처럼 법에 정해진 시간을 넘기는 통에 그냥 재판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재판기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재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인생도 끝장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쌍불취하라는 것이다. 재판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인정된다. 변호사들은 줄여서 ‘쌍불’이라고 부른다. 법정에 가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출석했지만 진술하지 않아도 불출석으로 된다. 피고 측 변호사들은 기술적으로 재판에 출석하고도 가만히 있는 방법으로 원고의 소를 취하되게 만들기도 한다. 비싼 인지세까지 내고 멀쩡하게 제기된 소가 취소된 것으로 인정되니 그야말로 의뢰인한테 멱살 잡힐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변호사가 쌍불에 걸릴 뻔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판 당일 카풀반대 집회가 있어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재판에 지각했다고 한다. 다행히 재판장과 상대방 변호사가 당일 교통사정을 양해해주어서 쌍불에 걸리는 낭패는 모면했다. 카풀이라는 승차공유제가 사회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다수의 선진국에서 모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승차공유가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첨예한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되어 역주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미래산업으로 육성돼야 할 몇몇 스타트업체는 막대한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채 승차공유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승차공유는 스타트업계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타트업계는 IT 기술을 접목한 이동수단 서비스 개발과 시장 창출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 결과 단기간에 2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승차공유 업체가 등장했다. 10여개의 학원이 공유하는 셔틀버스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한국형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새로운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규제 방향 설정과 제도 정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지난 11월 27일에 승차공유 등 새로운 교통 서비스에 대한 법적 쟁점과 바람직한 규제 방향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택시기사 대표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가슴 울리는 하소연도 있었다.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목소리다. 문제는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인 시민이 하는 것이다. 외국에 가면 이미 우버를 비롯해 다양한 카풀이 택시와 더불어 이용되고 있다. 지금은 택시기사의 열악한 환경에 잠시 머뭇거릴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결국에는 자신의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함께 타는 법도 함께 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란 잠시 저지할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정부에서 택시업계를 보호하면서 승차공유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제는 택시와 카풀이 공존할 수 있는 함께 사는 법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 됐다.

이찬희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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