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마강래] 행복 도시의 조건 기사의 사진
대학에서 도시정책과 개발사업 등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정책과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삶의 질은 측정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가능하다. 학자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 삶의 만족감’을 측정해 왔다. 그리고 이를 ‘행복감’으로 표현해 왔다. 그럼 행복한 주민을 만드는 도시에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이를 얘기하기에 앞서 개인의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소개하려 한다.

행복에 관한 상당수 논문들이 복잡한 통계모형을 사용한다. 여러 행복 요인들에 대한 ‘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강조하는 공통적 결론이 있다. 행복감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요인이다.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실업자들의 행복감은 매우 낮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행복감이 낮다. 소득도 행복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소득을 확보한 뒤에 얻는 추가적 소득은 행복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음식처럼 돈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지면 사회적 요인이 점차 중요해진다. 이런 사회적 요인에는 교육, 결혼, 사회참여 등이 포함된다. 교육 수준이 높은 개인은 행복감이 높다. 배움이 주는 기쁨이 있다고나 할까. 똑같이 벌더라도 더 배운 사람들이 삶을 보다 낙관한다. 또 다른 사회적 행복 요인이 있다. 바로 다른 이들과의 관계성이다. 관계가 단절된 개인들의 행복감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런 연구 결과를 신뢰한다면 속세를 등지고 산속에서 생활하는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자들을 부러워 마시라. 이들의 진짜 행복감은 실제로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이 미혼자들에 비해 행복하다. 지역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행복 요인들엔 동서고금 차이가 없다. 성장이 둔화된 시대의 국가·지역 정책의 핵심은 이런 행복감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공간정책도 이에 발맞추어야 한다. 안정적 소득 기반을 창출하는 것이 공간정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 여기에 양질의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 지역 모임을 활성화하는 것도 공간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럼 어떤 도시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바로 압축된 환경이다. 사람과 일자리가 모여야 혁신이 가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인구밀도가 높아야 공공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생활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빽빽한 환경에서는 원하는 배우자를 찾기 쉽다. 같은 취미,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기도 쉽다. 빽빽함이 더 활발한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기도 압축하면 열이 발생하는 것처럼 공간이 에너지를 갖기 위해서는 높은 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들은 이와는 반대로 변해가고 있다. 일단 지방 중소도시들에선 젊은 인구의 유출로 밀도가 낮아지고 있다. 외곽의 택지 개발로 인해 도심은 휑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선 산업을 유치하기 힘들고,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안정적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뜻이다. 공간이 듬성해지면 주민들과 밀착된 생활서비스를 공급하기 힘들어진다. 도서관, 체육시설, 공원 등의 생활 인프라를 설치하고 정비하는 데도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활력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도시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도심과 교통의 결절점에 에너지를 모아 일자리와 사람이 모이게 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공간, 그리고 사회참여가 높은 공간이라야 주민들의 행복감도 증진될 수 있다. 특히 지방의 중소도시들은 도시를 압축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을 좇아 더 빽빽한 대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을 잡을 수 있다. 외부 인구를 끌어오겠다며 도시 외곽에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시대는 갔다. 도시를 압축해야, 그래서 살아남아야 중소도시들은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마강래(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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