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동향 문건 청와대에 보고
검찰, 눈치보지 말고 불법 사찰 실체 규명에 최선 다해야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이 폭로한 문건에는 8개 산하기관 임원들의 이름과 임기, 사표 제출 여부 등이 기재돼 있다. “한국환경공단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 “새누리당 서울시의원 출신”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등의 문구도 적혀 있다.

환경부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 1월 중순 환경부 및 산하기관의 현재 동향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해 다른 2건의 문건과 함께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 제공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문건의 내용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부처 공공기관 임원의 임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다.

한국당 측은 “문재인정부에서도 공공기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며 “자신들의 사람을 보낼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을 쫓아내는 일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향 파악 문건을 공직이나 정부 사업 등에서 배제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명단인 블랙리스트라고 단정한 건 너무 앞서 나간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도 공공기관에 낙하산·보은형 인사가 빈번하게 이뤄진 걸 보면 의혹 부풀리기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한국당 관계자는 27일 “청와대에 정부 공공기관 330여 곳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한 전체 리스트가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전언 형식을 빌린 의혹 제기지만 물증이 뒷받침 된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검 특별감찰본부가 김 수사관에 대해 제기된 특감반 근무 당시 4가지 비위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며 중징계를 요청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특감반의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불법 사찰이 실제 진행됐는지,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수집된 정보들이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특감반원들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과 공공기관 임원을 불법 사찰했고 그게 청와대가 해명한 ‘개인적 일탈’ 수준을 벗어났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특감반 사찰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청와대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했다가는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여론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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