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기적을 품은 아이들 <12>] “숨쉬기 힘들어도 공부는 재밌어요”

<12> 뇌병변·희소질환 미토콘드리아병과 사투 정동신군

[기적을 품은 아이들 <12>] “숨쉬기 힘들어도 공부는 재밌어요” 기사의 사진
뇌병변 1급과 희소질환인 미토콘드리아병과 싸우고 있는 정동신군이 어머니 김현옥씨의 품에 안겨 있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쌕, 쌕. 목 한가운데 뚫린 구멍에서 거친 소리가 연신 새어 나온다. 온몸은 굳어 이리저리 꼬인 지 오래다. 허리를 조금이라도 펴 보려 노력하지만 구레나룻에 땀만 야속하게 흐른다. 아침에 감은 머리는 엉망이 됐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뇌병변(1급) 및 희소질환인 미토콘드리아병과 싸우고 있는 정동신(16)군의 모습이다. 그는 지난 14일까지 작업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날이 추워져 2주 동안 경기도 안산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만난 어머니 김현옥(57)씨는 “동신이는 통각 자체가 없는 상태인데 무리하게 힘을 주다 보니 허리가 휘어 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웃옷을 걷고 본 동신이의 허리는 왼쪽으로 심하게 굽어 있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동신이는 호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도가 유난히 좁은 동신이는 기관절제술을 받아 목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었다. 자연히 구멍으로 가래 등이 끊임없이 새어 나온다. 김씨는 “겨울이면 단순한 감기도 폐렴으로 발전해 중환자실까지 가게 된다”며 “안에서 새어 나오는 가래를 끊임없이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말을 전하면서 의료기구를 들고 동신이의 목 주변을 정리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동신이는 삶의 재미를 찾고 있다. 바로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이다. 목 청소 등 의료행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동신이는 학교에 갈 수 없다. 학교 교사들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대신 주 2일 교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수업한다.

김씨는 “이래 봬도 동신이는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며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선생님과 함께 스탠실로 작품을 만들거나 모빌 등을 제작한다”고 했다. 동신이가 만든 작품은 집안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기자가 모빌을 만지자 동신이는 수줍다며 엄마 품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씨는 ‘창피한 게 아니야’라며 달랬다.

동신이는 내년 3월 큰 수술을 받는다. 온몸을 비트는 강직 현상을 완화하는 척추후근절제술이다. 월 90만원씩 입금되는 기초생활보호비로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김씨는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과의 진료를 7번 받아야 한다”며 “동신이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일을 구할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자체에서 김씨에게 일할 의향을 물었지만 간병인에게 의료행위를 맡기기 어려운 사정 탓에 취업을 포기했다.

새해 동신이와 김씨는 어떤 소망을 갖고 있을까. 김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 동신이가 웃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 스케줄이 너무 많아 달력이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며 “새해에는 달력에 빈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신이는 모두 펴지지 않는 두 팔을 힘겹게 뻗어 김씨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안산=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11회 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11월 23일∼12월 25일/ 단위: 원)

△박희자 100만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조동환 김전곤 10만 △전수민 연용제 5만 △김덕수 3만 △강영호 2만 △김애선 사랑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밀알복지재단)

◇정기후원 및 후원문의

1899-4774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