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준엽] 2019 최악의 시나리오 기사의 사진
새해 경제 전망은 어둡다. 기업인들은 “내년이 정말 걱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며 긴장 속에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란 이런 것들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현실화한다. 예상보다 빨리 D램과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차세대 친환경차 플랫폼 경쟁이 전기차 진영의 승리로 사실상 끝난다. 전 세계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급격히 많아지고 국내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다. 수소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꼽았던 현대차의 입지가 점점 불투명해진다.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IT 기업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더 올라간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던 국내 IT 기업들은 한계를 절감한다.

지난해보다 10.9% 오른 8350원의 최저임금 부담을 버텨내지 못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급증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더욱 심해져 국내 부품 업체들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다. 반도체 실적 둔화와 맞물려 수출이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을 달린다. 카풀, 공유숙박, 원격의료 같은 신산업은 갈등을 반복하며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국내 기업들은 신산업 규제가 덜한 해외로 나간다. 국내 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 중 하나라도 현실이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기업들은 비상 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전자는 임원 수를 줄였고, LG전자 등은 세대교체에 나섰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스스로 혁신의 걸림돌이 된다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더 이상 혁신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내린 파격적인 결정이다.

2019년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서 어느 방향으로 수렴하게 될지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잘 대응하면 선진국과 경쟁하는 나라로, 아니면 뒤처져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시달리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화하면 누구나 만나준다”면서 정부와의 소통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책을 결정할 때 기업에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반영되느냐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1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경제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경제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에 원론적으로 모두 찬성한다. 단 도입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정부에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우려했던 문제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나서야 정부가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야당이 “정책 실험으로 경제를 망친다”는 비판을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45% 아래로 떨어진 원인도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위기를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동안 쌓인 구조적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 이제 문제가 터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다. 그렇다고 과거 탓을 하며 설익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는 곤란하다. 앞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정부는 좀 더 유연한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제단체들은 신년사에서 규제개혁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기업이 아무리 열심히 뛴다 해도 촘촘하게 규제 그물이 쳐져 있으면 방법이 없다.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대기업의 배부른 투정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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