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황금돼지해 기사의 사진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연도를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표기한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등 10개로 이뤄진 천간(天干)과 자(子) 축(丑) 인(寅) 묘(卯) 등 12개의 동물(띠)을 가리키는 지지(地支)를 순서대로 조합해 60년마다 한 순번이 돌아간다. 병인양요(1866) 갑신정변(1884) 을미사변(1895) 을사늑약(1905) 경술국치(1910) 기미독립선언(1919) 등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이 육십갑자를 앞세워 호명됐다.

내년은 2019년이면서 육십갑자로는 기해년(己亥年)이다. 지지에 해당되는 게 해(亥)니 돼지의 해다. 돼지는 한자어로 저 돈(豚) 시(豕)로 쓰이지만 해(亥)로도 적는다. 돼지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유익한 존재다. 몸의 거의 전부를 식용으로 내어준다. 인슐린이 인간의 것과 흡사해 1970년대 이후 당뇨병 환자 치료에 요긴하게 쓰였고 장기 구조나 크기가 비슷해 최근에는 손상된 인간 장기를 대체할 연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돼지는 옛날부터 복과 재물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다산(多産)과 지칠 줄 모르는 먹성이 그런 상징성을 갖게 했다. 돼지는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낳을 수 있는데 한 번에 10마리쯤 낳는다. 잘만 키우면 짧은 기간에 수십 마리로 불어나니 가난한 농가엔 생계를 꾸려가는 버팀목이 되곤 했다.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넘치고 복이 들어올 징조니 복권을 사라는 말은 요즘도 흔히 듣는 말이다.

내년은 돼지해 중에서도 황금돼지해다. 천간은 오행구분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을 부여받았다.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흑색이다. 내년은 복과 재물을 상징하는 색인 황금색(己)이 돼지(亥)와 겹쳤다. 그런 해에 출생한 아이는 복과 재물을 입에 물고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이런 상징성을 마케팅 업계가 내버려 둘 리 없다.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12년 전인 2007년(丁亥年)은 천간의 색이 적색(丁)이어서 ‘붉은돼지해’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60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말이 등장해 출산 붐을 일으켰다. 2005년 43만8707명, 2006년 45만1759명이던 출생아 수가 그해 49만6822명으로 급증했고 이듬해 다시 46만5892명으로 제자리를 찾아갔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진짜 황금돼지해가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궁금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