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일자리, 정부만의 탓인가 기사의 사진
2019년 기해년, 새해 벽두 옷깃에 스미는 날씨는 칼바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추위가 비단 날씨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2019년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의 증가폭은 2017년 월평균 32만명에서 2018년 13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또한 계속적인 미·중 무역분쟁과 인구 감소로 인해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다. 경제성장률 역시 작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은 여타 언론이나 경제 비평가들이 지적하듯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및 주52시간 근로제 등에 기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정부만의 탓일까. 현 시점의 일자리 감소는 정부 정책 때문만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의 필연적 산물이다.

먼저, 이전의 산업혁명이 야기한 실업과 고용에 대해 살펴보자.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노동 생산성이 증대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조차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을 통해 기술 발전에 큰 반감을 표했으며, 적기조례(Red Flag Act) 같은 규제는 한층 강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1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방직공의 1인당 생산량은 50배 증가했고 단위생산당 노동시간은 98% 감소했다. 이러한 생산혁명으로 인해 면직물 가격이 하락해 수요가 급증했고, 이를 통해 방적공들의 고용률이 전보다 오히려 4배 이상 증가했다.

2차 산업혁명의 경우 발전기 발명과 강철 제조기술 발달로 전기, 석유와 같은 새로운 동력이 증기력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합성수지 개발 및 유기화학산업과 자동장치의 정밀기기 제조가 새로운 산업 분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단순 일반 농촌형 노동자들이 도시형 노동자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또한 앞서 언급한 과학기술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어 1896년 세계적으로 5만명밖에 되지 않던 과학자들이 1980년대에는 500만명으로 대폭 상승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즉 단순 노동자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고급화된 인력들로 노동시장이 재개편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의 경우 PC 보급 확대로 사람이 하던 단순 공정이 대체되어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 우려되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기존 노동자들은 단순업무에서 벗어나 더 숙련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PC와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이후 IT산업의 발전은 계속해서 관련 고용 증가를 가져왔다. 즉 산업혁명은 노동자의 반복 업무 생산성을 높여 다른 숙련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오히려 실업률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초연결성, 초지능성 사회인 4차 산업혁명 시대도 과거와 유사한 산업 구조의 변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 초기의 높은 실업률은 정부의 정책 실패라기보다 새로운 와해성 기술이 기존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산업 구조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기존 3차산업 위주의 방향이 아닌 바이오, 제약, 의학, 헬스케어, 핀테크, 블록체인, 드론, 인공지능, 항공우주, 스마트관광, 즐기는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앞선 산업혁명 때 항상 그랬듯이 산업 구조개편의 파장은 한겨울 몰아치는 칼바람처럼 매섭고 싸늘할 것이다. 하지만 겨울이 없이는 결코 봄이 찾아올 수 없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의 산업 구조개편과 마찬가지로 칼바람 뒤의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듯 일자리 증가와 함께 경제는 되살아날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새해에는 정부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산·학·연 그리고 국민이 공감하는 청사진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기업들이 활력 넘치는 한 해를 보내게 되길 기원한다.

이상근(서강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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