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한승주] 새해에는 ‘러브 유어셀프’ 기사의 사진
방탄소년단(BTS)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고작 한 달 정도다. 지난해 11월 말 친구 손에 이끌려 한 가요 시상식에 갔을 때다. 마지막 무대로 BTS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친구와 나는 “BTS가 정말 인기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며 다소 의심쩍은 눈빛을 지었다.

드디어 등장한 BTS의 무대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첫 곡 ‘페이크 러브’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압도적이었다. TV로 보거나 음원으로 들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마주하니 어마어마했다. 무대를 놀이터처럼 휘젓고 다니며 완벽하게 즐기고 있었다. 두 번째 곡 ‘아이돌’은 더 대단했다. ‘얼쑤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하는 국악 추임새에 수십 명의 댄서가 동시에 등장해 무대를 꽉 채우는 퍼포먼스를 본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처럼 BTS의 팬이 되고 말았다.

세계 유력 매체들로부터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BTS.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이들의 인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이들의 진정성에 주목한다. 기계로 찍은 듯한 대다수 K팝의 한계를 뛰어넘어 멤버들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든다. 거기에 말하고 싶은 솔직한 메시지를 넣는데, 여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들의 말이 지어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BTS가 꾸준히 전해온 메시지는 연작 앨범 제목이기도 한 ‘러브 유어셀프’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뜻. 세상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잣대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들은 꿈은 이루어질 거라고 말하는 대신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무한 경쟁의 사회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한다. ‘멈춰 서도 괜찮아/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낙원’ 중).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이들의 메시지처럼 나 자신을 사랑해보면 어떨까. 내 몸과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이다. 내 몸에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내 선택을 내 마음에선 뭐라고 하는지.

지난해 우리는 기쁜 일도 있었지만 아프고 슬픈 일도 함께 겪었다. 하지만 그 아픔과 좌절 고통을 딛고 어떤 방식으로 건 성장했을 것이다. 2013년 첫 앨범이 나온 후 망할까봐 엄청 무서웠다는 7명의 소년은 이제 데뷔 초 상상도 못했던 특급 대우를 받으며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엄청난 성공에 따른 부담감과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 연말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서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을 석권한 후에는 “해체도 고민했다”며 폭풍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도 처음엔 다들 꼬질꼬질하고 그랬다. 우리도 우리를 믿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도 해냈다”는 BTS. 우리 청년들도 이들의 데뷔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은 취업이 안 되고 도무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남들은 다 있는 꿈도 없는 것 같고, 이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에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네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가는 것 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이건 정지가 아닌 네 삶을/ 쉬어가는 잠시 동안의 일시 정지/ 엄지를 올리며 네 자신을 재생해/ 모두 보란 듯이’(‘투모로우’ 중)

힘을 내자. BTS의 음악과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보며 중년의 나도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완벽하고 정상에 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걸 가져야 행복한 건 아니다.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행복은 시작된다. 그러니 전 세계 모든 아미(Army·BTS 팬클럽) 혹은 BTS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올해는 이 메시지를 꼭 마음에 담았으면 한다. ‘러브 유어셀프!’

한승주 편집국 부국장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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