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병욱] 사관학교 교육 혁신부터 시작해야 기사의 사진
2019년은 병영문화 발전의 전환점이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거 군 생활을 기억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병영생활이 확 바뀐다.

지난주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병사들은 군 복무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고, 평일에도 외출이 가능하다. 외박은 지역을 제한하는 위수지역이 폐지돼 부대로부터 상당히 벗어나 원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한은 있다. 휴대전화는 촬영과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 없고, 보안 취약 구역을 제외한 공간에서, 일과 후에만 사용할 수 있다. 외출은 휴가자를 포함해 부대 병력의 35%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월 2회 이내로 횟수를 제한했다. 외박은 지역 제한의 기준을 거리가 아닌 복귀 소요시간으로 하되 현지 여건을 고려해 부대 지휘관이 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주장부터, 군 기강 해이와 안보에 대한 우려까지 평가가 상이하다. 모든 변화와 혁신이 그렇듯 병영생활의 현격한 변화 또한 위험 소지는 있다. 무엇보다 안보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랜 논의와 시범 적용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시행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바람직한 병영문화는 무엇인가. 차제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체로 한 국가의 병영문화는 시대의 보편적 가치, 전장 환경의 특성을 반영한다. 예컨대 고대 로마시대에는 상급자, 지휘관은 적보다 두려운 존재여야 했다. 그래야 사각형의 밀집대형인 팔랑스에서, 공포와 무서움 속에서도 이탈하지 않고 대형을 유지한 채 전진할 수 있다. 대규모 화력전과 물량전으로 상징되는 근대 전쟁에서 전투원 개개인은 전체 병력의 일부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어떠한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단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마땅했다. 군대는 모름지기 그래야 했다.

지금의 전쟁 양상은 과거와 판이하다. 과학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조차 어렵다. 한반도 안보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장병 개개인의 역량과 판단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복과 장비를 포함해 개별 병사 그 자체를 하나의 무기체계로 보는 ‘워리어 플랫폼’의 발전은 이를 상징한다. 주체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전략적 수준의 병사(strategic soldier)’를 강조하는 미군의 병영정책 또한 시사하는 바 크다.

시대 변화를 고려할 때 우리의 병영문화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나 군사적 수월성, 어디에 비춰봐도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병사는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며, 병영 전반에 엄격한 상명하복의 강압적 권위주의가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북한의 현실적 위협 앞에 오랜 기간 병영문화가 왜곡돼 온 결과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병영문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10여년 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국방부 장관을 접견하고 환담하는 자리였다. 기념촬영을 마친 20대 초반의 여군 병사가 장관실 한쪽 소파에 앉아 환담 내내 아주 편안한 자세로 졸기 시작했다. 우리 방문단을 줄곧 따라다니며 안내하던 병사다. 혹시나 혼이라도 날까 걱정돼 참석한 군 관계자에게 농담 반 선처를 부탁했다. 한참 만에 내놓은 답변은 진지했고 놀라웠다. ‘사진병이 사진 촬영을 마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와는 상황과 여건이 다르긴 해도 곱씹어 생각해봐야 할 강군 병영의 한 단면이다.

모쪼록 새해 병영문화 혁신을 통해 장병의 기본권이 신장되고 국방력이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관건은 군 간부의 인식과 태도에 있다. ‘열린 병영’에 ‘닫힌 생각’을 하는 간부들이 있는 한 병영 혁신은 보여주기식 생색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사관학교 교육부터 혁신해야 한다. 교수의 거의 전부가 모교 출신자로 구성된,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의 사관학교 교육 시스템은 위험하다. 편향된 가치관과 협소한 사고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군과 같이 사관학교에 순수 민간인 교수 임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병영문화 혁신의 진정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최병욱(상명대 교수·국가안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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