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귀하신 몸, 명태 기사의 사진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은 없을 게다. 같은 녀석인 데도 상태, 잡힌 시기 및 장소, 습성, 잡는 방법 등에 따라 무려 30여 개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았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명태(明太)다.

명태는 계절에 따라 춘태 추태 동태로,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라 불린다. 보관 방법에 따라 갓 잡은 건 생태, 얼린 건 동태, 건조한 건 북어, 반쯤 말린 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누렇게 말린 건 황태다. 황태를 만들려다 실패한 먹태, 백태, 깡태, 파태, 골태도 있다. 술안주로 자주 찾는 노가리는 생후 2~3년 된 명태 새끼를 가리킨다. 요즘은 어찌나 보기 힘든지 금태가 됐다. 시인 양명문은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돼 외롭고 가난한 시인의 안주가 되어 달라”(시 ‘명태’ 중에서)고 노래했다.

명태는 한때 ‘국민생선’으로 불렸었다. 1980년대까지 동해에서 가장 잘 잡힌 생선이었다. 지천이던 명태는 10년 넘게 동해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산 명태가 떠난 식탁의 빈자리는 러시아산 명태로 채워졌다. 국산 명태 보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보니 정부는 사례금을 걸고 산 명태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2009년 말 마리당 20만원이던 사례금은 2014년 50만원으로 올랐다. 집 나간 명태를 찾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그 귀한 명태가 동해에서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보름 동안 2만 마리 가깝게 잡혔다고 한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덕분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지난 4년간 강원도 고성군 일대 바다에 방류한 치어가 120여만 마리에 이른다. 그렇다고 ‘명태가 돌아왔다’고 단정하기엔 섣부르다. 잡힌 명태 대부분이 30㎝ 안팎의 노가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동해에서 명태의 씨가 말랐던 가장 큰 원인이 노가리까지 남획한 데 있다. 1971년 노가리 조업 허가 이후 전체 어획량에서 차지한 노가리 개체 수가 90%를 넘었다. 명태가 남아날 리 없다. 명태는 90㎝ 안팎까지 자란다. 하지만 현행법상 27㎝만 넘으면 노가리 어획이 문제되지 않는다. 금어기도 따로 없다. 이러다 명태 씨가 또 마르지 않을까 몹시 걱정된다.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포스터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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