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장윤재] 진짜 부자 기사의 사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기(己)는 황(노랑)이고 해(亥)는 돼지이니 노란돼지의 해이다. 세상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좋아한다. 올해 태어나는 아기는 제 먹을 것을 가지고 나온다고 해서 바닥이던 출산율이 그나마 조금 오를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12년 전에는 붉은 돼지의 해, 즉 정해년(丁亥年)이었다. 60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돼지의 해라고 난리가 났었다. 그때도 너도나도 아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관련업체들의 상술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런 풍문을 믿고 싶어 하는 걸까. 돼지면 그냥 돼지지 왜 ‘황금’ 돼지여야 할까.

역설적으로 황금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1997년 12월 3일 이후 더욱 심화됐다. 그날은 한국 경제의 ‘국치일’이다. 아시아 4마리 용 중의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번째 가입국인 한국은 그날 경제의 주권을 국제통화기금(IMF)에 넘겼다. 국가 부도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나라 경제는 어떻게든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국가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처음 보았다. 그해 그 추웠던 겨울거리에 어떤 실직자는 “IMF=I’M Fired”(나는 해고되었음)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대량해고, 정리해고, 쉬운 해고, 명예퇴직, 비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듬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년대비 42%나 증가했다. 그리고 실업자 수가 130만명을 넘는 고실업국가가 됐다. 국민들은 외국인들에 의해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마, 너 자신만 믿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신(與信)의 위기, 즉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의 위기는 결국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각자도생의 황금추구의 시대를 낳은 것이다. 그 당시의 고통은 작년에 개봉됐던 한국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고통 받고 있을 때 한 젊은 여성 배우는 TV 신용카드 광고에 나와 ‘부자 되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덕담(?)은 곧 유행하는 인사말이 됐었다.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필자에게도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부자 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 매우 낯설었었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그런 인사말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오죽 했으면 뉴욕에서 목회하는 어느 한인교회 목사는 그 어색한 인사말에 대해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 분은 그 글에서 다음의 10가지 내용에 해당되어야 ‘진정한 부자’라고 했다. 그때 메모한 내용을 소개해본다.

(1) 친구가 성공했을 때 내가 더 기쁘고 나보다 멋진 친구의 용모에 샘이 안 난다. (2) 가난한 이웃을 위해 지갑을 열 때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3) 내 자녀들이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게 자라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4) 음식을 먹기 전에 그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5)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새의 노랫소리가 귀에 크게 들리며 주변의 나무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6) 내게 부족한 것보다 이미 있는 것들이 감사하다. (7) 남을 비판하는 것보다 칭찬의 말을 더 많이 한다. (8)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산다. (9) 아무리 바빠도 하나님을 생각한다. (10) 죽음에 대해 자신이 있다.

우리 중에 이런 진짜 부자가 과연 있을까. 여러 해 쓸 물건을 곳간에 쌓아 두고 이제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자던 어떤 부자에게 하나님은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누가복음 12:20)라고 물으신다. 2018년 ‘황금’ 개의 해를 지나 2019년 ‘황금’ 돼지의 해를 맞았다. 모두가 황금을 욕망하는 이 시대에 하나님 앞에서 부요한 ‘참 부자’들이 많기를 기도해본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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