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한승태] 공장서 내 손이 기계에 끼였을 때 기사의 사진
어느 날 작업 중에 기계에 손이 끼였다. 당진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손가락 끝이 고정 장치와 부품 사이에 걸렸다. 있는 힘껏 손을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머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드릴이 달린 로봇 팔이 굉음을 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정상적인 사고체계는 무너져 내렸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다. 방법도 간단했다. 이를테면, 파란색 버튼을 누른 다음 녹색 버튼을 누른다, 식으로. 그러면 기계가 멈추고 고정 장치가 풀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머릿속은 이런 상태였다. ‘손이안빠져손이안빠져손이안빠져손이안빠져’.

나는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것도 ‘저기, 정지 버튼이 있으니 저걸 눌러서 기계를 멈춰야겠다’ 하고 생각한 게 아니었다. 빨간색 버튼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고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냅다 내리친 것뿐이었다. 다행히 드릴은 멈췄지만 손은 그대로였다.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고 나서도 기기 작동법은 끝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새 직원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놀리듯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렷하게 떠올랐다. 누구는 팔이 잘려 나갔다더라, 또 누구는 드릴이 두개골을 뚫었다더라 하는 사실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일화들. 나는 가까이서 작업하던 선배를 불렀다. 그는 내 자리로 오자마자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전, 그가 얼이 빠져 멍하니 서 있던 나를 붙들고 말했다. “쪼금만 해도 괜찮아. 천천히 해. 하루에 10개만 해도 괜찮아. 다치지 마. 다치면 안 돼.”

나는 그 충고를 충실하게 따랐다. 그 이후부터는 나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일했다. 절대 서두르지 않았고 손의 위치, 기계의 상태 등을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한 후에만 기기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가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작업량이 80여개에서 60개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60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하루 최소 분량이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한 태도를 몸에 지니게 했다. ‘내 몸이 우선이다.’ 나는 타고나기를 매사에 겁이 많고 무슨 일이든 내 안전을 먼저 생각하긴 했지만 그것이 다른 가치와 충동할 때면 대체적으로 ‘내 몸’이 순위에서 밀려났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생산량을 높일 것을 독촉한다든가, 주위에서 게으름을 피운다고 비난할 때처럼. 하지만 이 일은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핀잔이나 눈총을 감수하게끔 만드는 ‘용기’를 지니게 도와줬다. 왜냐하면 그런 용기를 잃어버리면 팔이나 다리, 심한 경우 목숨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업장은 달랐지만 사정은 다른 곳도 비슷했다. 양돈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20년 차 직원에게 이렇게 힘든 일을 수십 년이나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어떻게 하긴, 절대 뛰지 말고 무거운 것 들지 말고 잔업하라고 하면 아파서 병원 가야 된다고 해. 오래 일하려면 몸 사려야 돼.” 아무도 노동자의 안전을 신경 써주지 않는 곳에선 몸을 사리는 것 말고는 안전장치가 없다. 하지만 그걸 두고 게으름을 부린다고 하는 게 정확한지 모르겠다. 나는 일부러 일을 대충 하거나 작업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다만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선을 넘어가려고 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 선을 넘어 작업하다가 다친 사람들을 회사가, 또 사회가 어떻게 대우하는지 지켜봤다. 나는 그 전철을 밟을 생각이 없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일터가 위험하다는 것도, 위험한 일터에서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아니다.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다수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전을 희생할 수도 있는 선을 넘어, 열과 성을 다해 일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들이 힘들다며 내팽개친 철야근무에 주말특근까지 도맡아 하고 부품을 60개만 가공해도 충분할 때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120개씩 작업하며 갑자기 기계가 멈췄을 때 전선과 날카로운 부속이 가득한 내부로 제일 먼저 머리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구의역에서, 태안에서, 또 목숨보다 이윤이 더 중요한 모든 일터에서 목격하듯이 작업장에서 가장 먼저 화를 당하는 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한승태 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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