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배병우] 소득성장 시한폭탄 4개 더 남았다 기사의 사진
① 최저임금 구조 지속가능한가 ② 노선버스 주 52시간 파장은
③ 중기, 근로시간 단축 견뎌낼까 ④ 매년 3조 일자리자금 언제까지
이상주의·親노동이 친 사고… 큰 부작용 있어도
정부는 개혁의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말할 것


새해 벽두부터 최저임금 충격이다.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보다 더 격앙됐다. 대기업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식 시급 인상률은 10.9%인데 기업에 따라서는 33%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일요일 8시간)을 포함시키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에 추가 부담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자영업의 영세성과 기업별 임금체계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최저임금을 올린 후유증이다. 최저임금을 더 올리되 주휴수당을 없애거나 주휴수당을 유지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췄어야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단견과 기업 사정을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이것으로 노동시장 정책발 불확실성이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첩첩산중이다. 우선, 늦어도 오는 7월 중순까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 이미 최저임금 시급이 공식적으로 8350원, 일부 기업의 경우 1만원을 넘었다. 모수(母數)가 커져 조금만 올려도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단계에 들어섰다. 올해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액수)의 60%를 넘는다. 경제학계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50~60%를 넘으면 임금 질서가 교란되는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진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가 지금 같은 최저임금 결정시스템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체제에서 최저임금은 매년 상당 폭 오르게 돼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몇 년째 동결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1차 관문은 청와대와 여당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제도 개악”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은 양 노총이 행동에 나서면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처럼 검토 과제로 경사노위에 넘겨버릴지 모른다. 아니면 최저임금 인상폭을 제한하는 효력을 갖는 핵심조항을 물 타기 해 용두사미가 되게 할 수도 있다.

둘째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노선버스 노동자들의 주52시간 근로제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 업종을 제외한 데 따른 것이다. 교통연구원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려면 1만7000명 이상의 운전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과로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선버스업의 근로환경이 개선돼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시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상당수 운수업체의 만성 적자 상태와 지금도 태부족인 버스 인력 상황을 볼 때 주52시간제 시행 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상대로 정부 해법은 버스업체의 비용 증가를 버스요금 인상과 재정 지원으로 때우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고용기금을 통해 새로 버스 운전기사를 채용하면 첫 1~2년간 한 달에 60만~8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버스업체에 대한 예산 지원이 첫 1~2년이 아니라 영구적이 될 수 있다. 지원 규모도 갈수록 증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주52시간 근로제의 근로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확대 시행이다. 내년 1월부터다. 근로시간 단축 영향의 시금석은 중소기업이다. 중기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견뎌낼지 의문이다. 영업이익률이 2~3%에 불과한 상당수 중기들이 근로시간 단축, 인원 감축, 자동화 극대화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고용 상황은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급조한 일자리 안정자금도 문제다. 2년에 걸쳐 30% 이상 오를 최저임금을 감당 못할 사업장에서 이 자금을 받고 일단 해고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 예산 3조원을 반영하면서 한 해만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도 2조800억원이 배정됐다. 내년 경기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복지 지원의 속성이 그런 것처럼 정부지원금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중단하기는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 사정에 맞춰 적절히 조정했으면 불필요했을 예산 3조원을 매년 쏟아부어야 할 공산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 분야 대선공약은 민주노총이 10여년간 주장해 온 것과 거의 흡사하다.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주52시간 근로제 전면 시행, 근로시간 특례 최소화 등이 다 소득주도성장으로 현실화됐다. 기업 현실을 고려한 흔적이 없다. 앞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적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와 여권은 개혁 과정의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믿지 말 일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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